충북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29)는 지난해 6월부터 충북행복결혼공제에 매달 30만원씩 붓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넣는다. 그동안 납입한 510만원은 1360만원으로 불어났다. 5년 뒤 결혼을 하면 이자를 포함,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원금보다 3200만원 더 받는다. 매월 충북도와 시·군이 30만원, 기업이 20만원을 보태준다.
A씨가 5000만원을 오롯이 받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5년 근속해야 한다. 1년의 유예기간을 고려해 공제 가입 후 6년 이내에 결혼도 해야 한다. 4년간 일하다가 퇴직한다면 본인이 낸 1440만원과 이자만 받을 수 있다. 5년 근속했더라도 제때 결혼하지 못하면 금액은 3600만원과 이자로 줄어든다.
충북도가 청년들의 결혼유도와 중소기업 장기근속, 청년농업인 복지향상을 위해 2018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충북행복결혼공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혼과 근속을 조건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와 청년 농업인이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면 충북도와 시·군, 기업(농업인 제외) 등이 함께 적립해 5년 후 목돈을 지원한다. 2년 이상 적립금을 성실 납입하고 이 기간에 결혼하면 일반대출보다 우대금리를 적용한 특별 신용대출도 신청할 수 있다.
사업 대상은 도내 중소·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만 18∼40세의 미혼 근로자다. 기업 1곳당 최대 5명이 행복결혼공제에 가입할 수 있다. 올해에는 미혼 청년 농업인도 가입 대상에 포함됐다. 오는 2021년까지 행복결혼공제에 가입하는 충북지역의 청년 농업인들에게는 100만원의 결혼축하금을 지급한다. 도는 NH농협은행, 충북지역개발회와 행복결혼공제 청년 농업인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16명이 축하금을 받았다.
시행 초기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근로자는 많지만 부담금 때문에 참여를 꺼리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기업의 부담을 절반으로 낮춘 정부 지원형이 추가됐다. 정부 지원형은 기업 부담금을 올해부터 월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였다. 대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 재직자 내일채움공제와 연계, 국비를 3년간 1080만원을 지원한다. 매달 근로자가 납부하는 30만원에 정부 18만원, 지자체 22만원, 기업 10만원씩 지원하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저렴한 금액으로 청년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결혼을 꿈꾸며 근속하는 젊은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충북행복결혼공제 신규 참여 인원은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전체 가입자도 1000명을 넘겼다. 충북행복결혼공제사업이 최근 신규 모집을 398명으로 마감하며 올해 목표인 300명을 뛰어넘었다. 누적 참여 인원도 1015명이 됐다.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지방자치단체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대통령표창(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 근로자의 장기근속과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울산 청년 희망공제 사업’을 시행한다. 청년 근로자와 울산시가 매월 일정액을 3년간 매칭 적립해 이 기간 내 근속하고 결혼하면 만기 후 목돈을 마련해 주는 사업이다. 청년이 매월 30만원씩 적립하면 울산시가 매월 20만원씩 매칭하는 방식이다. 3년간 적립하며 만기 시(결혼할 경우) 원금 1800만원과 이자를 함께 받는다. 다만 적립 만기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울산시 지원금 중 50%만 받게 된다. 울산시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소득 기준과 재직 기간을 고려해 35명을 선발한다.
이시종 지사 “청년이 주도하는 젊은 충북 만들기 앞장”
“청년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시종(사진) 충북지사는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충북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이 행복한 충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청년 문제를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개소한 청년희망센터와 청년여성 일자리 플랫폼의 기능을 강화하고 도내 300개 우수기업과 화장품·뷰티 유망기업에는 청년 채용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정책 형성 과정에 청년 참여를 확대하고 청년광장 구성·운영, 청년종합정보 사이트 충북청년포털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이 행사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주도하고 즐기는 문화·공감 축제인 충북청년축제도 201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지사는 “행복결혼공제는 올해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기업은 물론 청년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 사업으로 청년층의 결혼기피에 따른 저출산 문제와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충청권 4개 시·도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광역화 합의에 따라 올해부터는 충북 청년들이 지역인재 채용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충북에서 충청권 전역으로 대폭 확대된다. 인재 양성의 요람인 충북학사는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충북 출신 학생들의 기숙사로 서울 개포동과 중화동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132명의 국가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청주지역 대학생들을 위한 충북학사 청주관도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에 운영된다.
이 지사는 “청년들이 자부심을 갖고 도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청년이 이끌어가는 젊은 충북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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