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북은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 바이러스로 인해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수역(NLL)에서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책임을 남측 탓으로 돌렸다. 코로나19에 대응하려는 현장 군인의 부득이한 자위적 조치에 대한 남측의 비판, 특히 보수세력의 비판이 도를 넘었다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북측의 적반하장이야말로 도를 넘었다.
이 같은 북의 태도는 지난달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전달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라면 경위야 어떻든 비무장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부득이한 자위적 조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 북은 사망자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나가겠다고 생색을 냈다. 중앙통신 보도가 정부·여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을 겨냥한 게 특이하다. 보도의 제목부터 ‘남조선 보수 패당의 계속되는 대결 망동은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이다. 종전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맹비난했던 전날 논조와는 사뭇 다르다. 북 특유의 치고 빠지기 전술로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다.
북은 “우발적 사건이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에 걸맞은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남북협력의 상징,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게 누군가. 남측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우리측의 공동조사 및 남북 통신선 연결 요구는 뭉개면서 파국의 전례를 되풀이 말자고 운운하니 북을 신뢰할 수 없는 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린 ‘2020 DMZ 평화협력 국제포럼’에서 “여건과 환경이 마련되는대로 협력을 모색하고 합의한 사항들을 함께 실천해 나갈 것을 북측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합의사항을 실천할 생각이 있다면 북은 벌써 대화의 장에 나섰다. 남북관계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근본 책임은 대화에 소극적인 북에 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희망고문만 반복하는 우리측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사설] 北이야말로 도 넘은 대남 비방 멈춰야
입력 2020-10-3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