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손목 위 주치의’ 스마트워치 시장 쟁탈전

입력 2020-11-01 22:27
모델이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3를 착용한 채 스트레칭하고 있다. 이 제품은 삼성 헬스 앱과 연동해 다양한 운동 종목을 기록하고, 피트니스 운동법을 제안해준다. 삼성전자 제공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한 IT(정보기술) 기기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기술력으로 무장한 IT·전자업계는 건강 관리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 워치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걸음·심박 수 측정부터 혈압·심전도 측정까지 가능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신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의 건강을 관리해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기에 쌓이는 의료 데이터는 신약이나 신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3억9600만대로 전년보다 1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12.4%의 높은 성장률로 2024년 출하량이 6억317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워치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올 상반기 20% 확대됐다. 출하량은 약 4200만대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인도, 유럽, 미국 지역에서도 판매가 늘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핏빗이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스마트워치의 강자는 단연 애플이다. 지난달 애플워치 6세대를 출시했다. 신제품에는 애플 워치 처음으로 혈중 산소량 측정 기능이 탑재됐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적혈구에 의해 우리 몸 곳곳으로 운반되는 산소의 농도를 의미한다. 시계 뒷면에 배치된 4개 LED(발광다이오드)로 혈액 색깔을 분석하고 15초 내에 앱을 통해 측정 결과를 알려준다. 수면시 무호흡증을 잡아낼 수 있으며, 호흡기 질환을 탐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애플 워치6(오른쪽 아래) 역시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등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했다. 애플 제공

애플 워치에는 심전도(ECG) 측정 기능이 탑재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애플은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취득하면서 ECG 기능은 곧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에 장착된 광혈류측정(PPG) 센서로 맥박을 측정·분석하고, 심방세동으로 의심되는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확인, 사용자에게 알림을 보내준다.

넘어진 후 1분간 움직임이 없다면 시계에서 자동으로 119에 전화를 걸어 사용자 위치를 알리는 긴급구조요청도 포함됐다. 애플워치6는 40㎜와 44㎜ 모델로 출시됐으며 알루미늄·스테인리스 스틸·티타늄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모델마다 53만9000원부터 100만원대 이상으로 다양하다.

삼성전자도 2년 만에 헬스케어 기능을 대폭 강화한 갤럭시 워치3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키우고 무게는 줄였다. 삼성은 스마트워치 분야의 후발주자지만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선두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제품과 연동되는 삼성 헬스 모니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심전도 측정 기능으로 부정맥, 심장동맥질환 등 심장 기능 이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워치를 착용한 팔을 올려놓고 다른 팔 손가락 끝을 30초가량 워치 버튼에 올려놓는 방식이다.

달리기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자세의 좌우 균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주고, 최대 산소 섭취량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으로 낙상 감지 기능도 탑재됐다. 가격은 애플 워치보다 저렴한 40만~50만원대다.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기기를 속속 내놓고 있다. 아마존은 ‘헤일로(Halo)’를 출시했다. 사용자의 체지방 비율과 심장 박동수, 운동량, 수면 시간 등 건강·활동 정보를 측정한다. 앱에 탑재된 목소리 분석 기능을 통해 행복도도 측정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인수한 스마트밴드 업체 핏빗을 통해 세계 최초로 피부전기활동(EDA) 센서를 탑재한 신제품 ‘핏빗 센스’를 공개했다. EDA 센서를 통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변화를 감지하고, 명상 휴식 앱 서비스를 추천해준다. 피부온도 센서로 발열을 확인할 수도 있다.

워낙 고가인 스마트워치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가격 저렴한 스마트 밴드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 분야는 중국업체들이 강세다. 샤오미는 최근 창립 10주년 행사를 통해 3만원대의 ‘미 밴드5’를 공개했다. 수면 관리, 여성 생리 주기 예측 기능을 탑재했다. 미 밴드 시리즈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출하량 166만대를 돌파한 샤오미의 대표 제품이다.

삼성전자도 가격이 4만원대로 저렴한 ‘갤럭시 핏2’로 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제품은 수면·스트레스 측정, 90여종의 운동 관련 정보를 측정해준다. 최근 강조되는 손씻기 알람 기능도 넣었다. 애플 역시 보급형 제품인 애플 워치SE를 내놓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생산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건강 관리 기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끊임없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