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전달 3분의 1로 줄어… 나눔 불씨 살려 주세요”

입력 2020-10-30 03:02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가 28일 강원도 원주 밥상공동체복지관 옆 연탄창고에서 2002년부터 사용한 문짝을 소개하고 있다. 원주=신석현 인턴기자

“면년(몇년)동안 목사님 덕으로 지금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프로(앞으로) 개발할 때까지 합계(함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한 연탄가구 노인이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64) 목사 앞으로 보낸 편지다. 연탄은행이 지난 7월 발간한 ‘밥짱! 우체통’이란 서간집에 실렸다.

1998년 강원도 원주 쌍다리 아래서 무료급식을 시작하고 2002년부터 연탄 나눔을 이어 온 허 목사를 28일 원주 밥상공동체 ‘섬김이 공간’에서 만났다. 섬김이 공간은 대표 섬김이인 허 목사의 사무실이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지금까지 6315만장의 연탄과 128만명분의 무료급식을 감당해 온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부가 많이 줄었다는데.

“2018년엔 연탄 496만장, 지난해엔 486만장을 나눴는데, 올해는 1월부터 현재까지 91만장이다. 91만장도 1~3월에 나눈 물량이 대부분이고, 9~10월엔 2만장밖에 나누지 못했다. 가구당 한 번에 150장씩 전달하던 것을 기부 물량 부족으로 지금은 3분의 1로 줄여 50장씩만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크고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문제로 사회복지 분야 기부가 위축된 영향도 있다. 연탄은행은 국세청 감독 아래 외부 공인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등 투명하게 운영한다. 사회적으로 기부문화가 축소되면 정말 어렵다. 매년 힘겨운 고개를 넘어왔지만, 올해는 더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한다.”

-전국 10만 연탄가구 상황은 어떤가.

“정말 감사하게도 연탄가구의 코로나19 발병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연탄 때는 어르신들은 80대 이상이 많아 근로활동을 못 한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노인성 질환에 시달린다. 연탄은행이 지원을 위해 현황을 조사하는데 한 달 약값이 1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방세와 약값 등을 제하고 나면 5만원 정도 남는데 쌀과 부식을 사면 겨울철엔 연탄을 들여놓을 돈이 없는 것이다. 이분들도 연탄을 때고 싶어 때는 게 아니고, 힘들고 불편하지만 가장 싸니까 연탄에 기대는 것이다. 정부의 도움은 연탄가격 상승분인 연탄쿠폰 지원으로만 한정되기에 우리와 전국 31개 지역연탄은행의 후원 물량이 있어야 겨울을 따듯하게 지낼 수 있다.”

-연탄 후원을 위해 어떤 노력 하는가.

“23년 전 밥상공동체를 시작할 때부터 이사야서 1장 17~19절 말씀을 품고 산다.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교회가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도 하루 5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드문 것 같다. 원주에 있으면서 일주일에 사나흘은 전국을 돌아다닌다. ‘언택트에서 온(溫)택트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달라는 연탄나눔 재개식을 지역연탄은행별로 개최했다. 지역연탄은행이 없는 울릉도 제주도 산간벽지 등은 제가 직접 연탄을 싣고 달려간다. 연탄뿐만 아니라 대체에너지에 대한 고민도 한다. 연탄 어르신들은 에너지 빈곤층이다. 이분들이 여름엔 폭염에 취약해 소형 이동식 에어컨을 보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작은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에너지 주택 리모델링을 돕는 일도 꿈꾼다. 지난 9월 에너지은행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해 정부에 등록을 마쳤다.”


원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