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삶의 무게에 눌려 사는 어머니를 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족들에게 온갖 사랑을 쏟아부었다. 아내와 연애할 때 장문의 편지, 아내의 이름으로 삼행시, 정성들인 그림과 시나리오, 기도문, 일기문 등을 노트 한 권에 가득 적어 주며 사랑 표현을 했다. 아이들과도 늘 함께 운동하며 귀찮아 할 정도로 볼에다 뽀뽀를 해주곤 했다. 그러나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매섭게 매를 들었다. ‘선 체벌, 후 교육’이었다. 이런 모습은 아내에게도 나타났다. 집안대청소를 하다가 필요 없을 것 같은 물건들을 몽땅 버렸는데 ‘애들한테 물어보고 버려야죠. 쓰는 물건이면 어떡해요? 저번에 내 것도 그냥 버렸잖아요!’라는 아내의 말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물건을 던지고 가끔 밥상을 뒤엎는 돌발 행동이 아내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것을 늘 후회하면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마음은 힘들어졌다.
신앙생활도 말씀과 실제 삶은 너무 달랐다. 사도바울 같은 삶이 꿈이었지만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때 아내가, 여행 때 만난 후배가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며 너무나 기쁘게 살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예배시간에 늘 졸던 후배였기 때문이다.
수련회 때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말씀이 새롭게 가슴에 꽂히며 성경의 예언대로 오신 예수님의 부활은 제자들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일생일대의 사건임을 알게 됐다. 죽음이 두려워 도망갔던 제자들이 순교까지 한 것은 오직 부활 때문이었다.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부활은 내겐 너무 충격이었다. 도마에게, 사도바울에게, 제자들에게, 500여명의 형제들에게 보이신 예수님의 부활은 확실한 믿음의 증거로 드디어 내게 실제가 됐다.
부활이 실제가 되니 그동안 내 믿음은 대상이 누군지도 모르는, 근거 없고 맹목적인 것이었음이 정확히 비춰졌다. 그리고 ‘죄에 대하여라 함은 저희가 나를 믿지 아니함이요’라는 말씀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죄였다. 입술로만 ‘주여! 주여!’ 한 자! 내가 주인 되어 내 마음대로 살던 자! 나는 그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 되니 아내와 아이들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주님의 것임을 알게 되면서 온전히 주님께 맡기게 됐다.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더니 아내는 ‘아내 잘 만난 줄 알아. 앞으로 좀 더 잘해’ 하며 함께 웃었다.
부활의 주를 만나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공동체! 영원한 하늘 가족이었다. 작은교회 형제들과 함께 새벽을 깨우고 그날 선포된 말씀으로 기도하며 성령의 충만을 구할 때 새 힘을 부어주신다. 나는 사람들의 집을 수리해 주는 인테리어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공동체 형제들과 함께 찬양을 함께 부르면서 즐겁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을 보며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 가격도 저렴하고 마감도 깔끔하게 해주신다고 폭풍 같은 댓글은 덤으로 달아주신다. 우리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공동체 안에 계신 예수님이 인정 받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 나에게 참 사랑을 알게 하시고, 이런 귀한 공동체를 허락해 주신 주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최광훈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