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를 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오전 엄수됐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강당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상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이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고등학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 회장은 영결식에서 고인과의 추억을 유족들과 공유하며 마지막 가는 길을 기렸다. 김 회장은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이 있다”며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며 “고인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약력을 읊던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은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 목이 메인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결식 후 장지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던 이부진 사장도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이재용 부회장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고인과 유족을 태운 운구차는 8시50분쯤 장례식장 정문을 나서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고인이 생전 거주했던 한남동 자택, 집무실로 이용하던 이태원동 승지원 등을 정차 없이 돌아본 뒤 기흥·화성 사업장으로 향했다.
운구 행렬은 소박했다. 검은 운구차와 유가족을 태운 대형 버스 1대,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등 임직원이 탑승한 소형 버스 1대가 전부였다.
고인은 사재를 털어 건설한 기흥·화성사업장에 애착이 상당했다. 2010년 기공식에서는 직접 삽을 뜨기도 했다. 고인은 이곳에서 25분가량 머무르며 임직원 수백명의 작별 인사를 받았다. 사업장 H1 정문에는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고인은 삼성 수원 본사와 기흥·화성사업장 등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원 선영에 영원히 잠들었다.
묘역에서 진행된 장례는 1시간 정도 차분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삼성이 임직원을 위해 만든 온라인 추모관에는 이날까지 16만여명이 방문했고, 댓글 3만5000여개가 올라왔다. 중국 법인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은 “회장님 덕분에 전 세계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게 됐고 자랑스러운 삼성인이 됐습니다. 회장님 감사드리며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댓글을 썼다. 이 회장 취임 당시 약 10만명이던 삼성 임직원은 52만명(2018년 기준)으로 늘었다.
이 추모관에서 이 회장의 동영상을 보면서 울컥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한 계열사 임원은 “사택을 직접 방문해 직원 가족과 차를 마시거나 직원들과 편하게 대화하시는 모습을 보다보니 직원을 아끼는 회장님 마음이 느껴져서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권민지 강주화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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