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버티는 공연계… 화재·휴관·잠적 잇단 악재에 흉흉

입력 2020-10-29 04:02
소방당국이 28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을 방문해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전날 밤 불이 난 명동예술극장은 현재 공연중인 연극 ‘스카팽’을 조기 종연하기로 했다. 권현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는 공연계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극장 화재·제작자 잠적에 따른 공연 중단과 잇단 무대장비 고장 등으로 흉흉한 분위기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27일 오후 11시 26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소방인력 100여명이 투입돼 약 1시간30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0시55분에야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은 불씨가 4층(객석 기준 3층) 천장 안쪽 전기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화재로 건물면적 45㎡와 전기설비 등이 불탔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건물 시설관리 인력 2명은 화재를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올들어 파행을 겪는 와중에 9월 말 재개관한 공연장 운영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개막한 ‘스카팽’은 전석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번 화재로 다음 달 15일까지 예정됐던 공연을 조기 폐막하게 됐다.

공연장은 일반 건물보다 불과 물에 더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1시간 넘게 물을 뿌린 명동예술극장은 현재 무대 전기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대가 직접적으로 불타지는 않았지만 내부 설비를 총체적으로 정비해야만 한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전기 문제 등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데도 며칠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화재를 국립극단 자체 귀책 사유로 보고 소비자보호법 규정에 따라 표마다 110% 환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차기작 ‘햄릿’ 개막 여부도 덩달아 불투명해졌다.

공연계의 사고는 국립극단만이 아니다.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고스트’는 무대장비 고장으로 최근 두 번이나 공연에 차질을 빚었다. 27일 2막 공연에서 LED가 말썽을 일으켜 15분간 극이 중단되자 출연중인 배우 최정원이 대표로 나서 관객에게 사과했다. 지난 18일에는 케이블 파손으로 공연이 아예 중단되는 바람에 제작사가 관람료를 환급해준 바 있다.

또 연극 ‘이퀄’은 제작사 대표의 잠적으로 공연을 조기 폐막하기로 했다. ‘이퀄’은 26일 SNS에 “현재 스탠바이컴퍼니 대표가 약 일주일 동안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며 “공연을 중단하게 돼 관객 여러분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작사 대표가 자취를 감추면서 ‘이퀄’은 현재 출연진 개런티도 미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계 안팎에서는 근래 잇따른 악재에 동요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어서다. 공연계 9월 총매출액은 7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매출액인 233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특히 민간 공연에도 ‘객석 띄어 앉기’가 의무화된 8월 중순부터는 그야말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여기에 27일에는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월간지 ‘더 뮤지컬’이 12월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전해지는 등 공연계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