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당선될 확률은 65%다.”
미국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메데이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7일(현지시간) 뉴욕 주재 한국 금융기관 모임인 국제금융협의체의 온라인 회의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같이 예상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기가 굳어질수록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상공회의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 8개 재계 단체가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등으로 선거가 표류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롭고 공정한 선거’를 요구했다. 미국 내 비즈니스스쿨 학자 650여명은 트럼프가 지도자 자격이 없고 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서한을 재계에 발송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디먼 회장과 뱅크오프아메리카의 앤 피우케인 CEO 등 월가의 금융기관 수장들도 직원과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려를 표명했다. 군부독재 국가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전 세계 민주주의 전도사로 자처해 온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엔 우편투표가 있다. 트럼프는 27일 마감시한을 넘긴 우편투표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날 연방 대법원은 위스콘신주의 우편투표 연장 신청에 대해 선거 당일 도착분만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선거운동 단체들은 향후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 소송 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편투표를 제외한 투표수만으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이다. 2016년 대선에서 23.6%였던 우편투표가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27일 현재 36%를 넘었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6개 경합주의 우편투표 참여자 조사 결과 바이든 지지자가 6대 4 비율로 앞선다.
하지만 이는 우편투표 뚜껑을 열기 전까지 트럼프가 앞설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트럼프는 대선 당일 승리선언을 하고 이후 개표되는 표는 무효라며 대법원 소송을 강행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 이후 지명 요구를 거부하고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지명을 강행해 6대 3의 비율로 보수 성향 대법관을 늘린 것도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
이럴 경우 미 증시에 20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서학개미’들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허재환 연구원은 “선거인단 최종 확정일인 12월 8일까지 선거인단이 정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내년 1월까지도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2월 14일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지만 선거인단 270명을 얻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하원에서 투표해야 한다.
현재 하원의원은 총 435명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50개 주에서 과반인 당의 하원 대표가 주마다 1명씩 투표할 수 있다. 과반 분포로 보면 11월 3일 선거에서 현재의 판세 유지 시 공화당이 26개 주로 23명인 민주당을 앞서 트럼프 재선이 가능하다. 어느 당도 26표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
이 여파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절실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미 증시는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재검표 소송이 벌어진 2000년 대선 당시 S&P500지수는 앨 고어 후보가 최종 승복하기까지 11%나 떨어졌다. 달러 약세 기대가 약해지고 금리 급락도 예상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거 결과를 예상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미리 조정해 놓는 것보다는 선거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위험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