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은 떠났지만… 대구·구미 ‘삼성 사랑’ 고조

입력 2020-10-29 04:06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별세 후 대구·경북(TK) 지역의 ‘삼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대구 중구 등에 따르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1910~1987) 회장의 고택(사진) 보존과 삼성 관련 테마거리 개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구 중구 인교동에 위치한 호암고택은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인 이병철 전 회장이 이곳에서 38년부터 47년까지 살았고, 42년 이 회장이 태어난 곳이다. 250㎡ 규모에 방이 4개나 있어 당시 큰 가옥으로 꼽혔다.

삼성문화재단이 관리 중인 이 고택은 서성지구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에 포함돼 있지만, 중구와 서성지구 재개발추진위원회는 보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역사적 장소인 호암고택을 공원부지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사를 중구에 전했다. 중구도 호암고택을 관광과 연계한 역사적인 공간으로 개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중구는 호암고택 보존·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문화재단 측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옛터도 호암고택 근처에 있는데, 이곳 역시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부지 소유주인 지역 기업이 개발 의사가 있는 것으로 중구는 파악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호암고택, 삼성상회 옛터, 복원한 삼성상회가 있는 북구 창조경제혁신센터(제일모직 옛터)를 잇는 테마거리를 조성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호암고택의 경우 소유주가 삼성문화재단이라 최종 결정은 삼성의 손에 달려 있다. 중구는 과거 골목투어를 개발하면서 삼성 측에 호암고택 개발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중구 관계자는 “고택 주변 주민들도 원하고 중구 입장에서도 관광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좋다”며 “결정권은 삼성 측에 있기 때문에 고택 보존과 개발에 대한 의견을 다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니콜 신화’로 불리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위치한 경북 구미에서도 이 회장을 기억하려는 분위기가 뜨겁다. 현재 구미 곳곳에 ‘구미공단과 함께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이건희 회장님의 구미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100여개가 내걸렸다. 구미상공회의소 등 지역 단체들이 내건 것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삼성SDI, 삼성SDS 등 삼성 계열사 사업장들이 있다. 구미시민들이 삼성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