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위기 극복·민생법안 처리 협치 없이 가능하겠나

입력 2020-10-29 04:01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21년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설의 키워드는 역시 경제였다. ‘경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은 43번 언급할 정도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국정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경제도 반등시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바라는 바다.

지난 1, 2분기 연속 역성장했던 우리나라 경제는 3분기에 전분기 대비 1.9% 성장,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3분기 성장은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것이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또 한 축인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내수 부진은 코로나19로 줄어든 일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는 쿠폰 발행 등 내수 진작책을 내놓고 있으나 근본 해결책은 일자리 마련에 있다.

문 대통령은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46만명의 일자리를 지키고, 민간 일자리 57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부가 직접 노인, 장애인 등 고용 취약계층을 위해 103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민간 부문의 협조가 필요하고 막대한 예산 마련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의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당부한 공정경제 3법, 권력기관 개혁 법안, 감염병예방법 등 민생법안의 원만한 처리와 조속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해서도 그렇다. 문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청와대와 국민의힘이 여야정협의체 가동 필요성에 공감한 게 엊그제다. 그러나 어제 국회 풍경은 딴판이었다. 대통령 시정연설에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게 나라냐’ 피켓 시위를 했고 지도부는 여당이 옵티머스·라임 특검 도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불참했다. 갈등을 해소하는 게 정치인데 우리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확대재생산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력이 부족하다. 설득보다 거대 의석에 기대어 밀어붙이려고만 하니 야당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검찰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야당의 특검 요구를 터무니없다 하기 어렵다. 타당한 야당의 요구는 무시하며 정부·여당 입장만 관철시키려는 상황에서 협치는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