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의학 칼럼] 인공지능 뛰어넘는 ‘첨단의 사람’이란…

입력 2020-10-30 18:58 수정 2020-10-30 19:06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야고보서 1장 19절의 말씀이다. 이를 통해 ‘최첨단 인간형’에 대해 생각해 보자.

2008년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가 출간됐다. 책에 실린 미래의 특징 중 좌뇌의 시대가 우뇌의 시대로 변한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2000년 이전까지 좌뇌를 사용하는 사람이 인정받았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사회를 주도했다. 그런데 좌뇌가 주도하던 기능을 컴퓨터가 담당하게 됐다. 인간이 컴퓨터의 수학적 연산 능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회계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컴퓨터와 인간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분석하는 걸 겨뤄봐야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1996년 가리 카스파로프라는 체스 세계 챔피언이 슈퍼컴퓨터와 체스 게임을 한 일이 있었다. 10년 동안 체스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컴퓨터에 졌다. 이듬해 재도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16년 세계 바둑 1위인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와 대국을 벌였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알파고의 좌뇌적 사고 능력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당시 알파고의 성능은 지금의 인공지능 컴퓨터와 비교하면 어린이 수준이라고 한다. 인간이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길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인간은 좌뇌적인 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좌뇌적 능력을 갖추지 않아도 컴퓨터를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갇혀 있던 지식과 정보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컴퓨터 한 대만 가지고 있으면 대학 중앙도서관에 감춰진 지식의 보고를 열어 검색해 회사에서 볼 수 있다. 수많은 석학이 연구한 이론도 검색을 통해 집에 앉아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외국어를 몰라도 된다. 컴퓨터는 알아서 번역까지 해준다. 우리 시대에는 좌뇌를 개발하지 않아도 인간보다 뛰어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손가락만 움직여 지식과 정보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자동화와 단순화, 표준화, 양식화 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인간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결국, 이런 직업군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일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명 이하인데 20년이 지나면 이 아이들이 취업 때문에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인구가 줄어드니 취업 경쟁률도 동반 하락할 것 아닙니까. 아마 일할 자리가 남아돌 거예요.”

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답했다. “지금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경쟁 사회를 살아가게 될 겁니다. 우리는 적어도 사람과 경쟁했지만, 미래세대는 첨단 기계와 로봇, 인공지능 컴퓨터와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이성적 사고 능력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찾았던 철학자였다. 데카르트의 이 이론이 이성적 사고 능력을 갖춘 근대적 인간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생각했던 근대적 인간은 종말을 맞이했다.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좌뇌적인 인간형이 도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더욱 발달하는 미래에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인간은 할 수 있고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것, 바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인간이 지닌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아픔을 따듯하게 감싸고 공감하는 관계성을 의미한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컴퓨터보다 뛰어난 사람이다. 공감하고 함께 울어주며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첨단의 사람’이다. 오늘도 여러분의 이웃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감싸 안는 인간형을 보여주는 하루 되길 권한다.

이창우 박사 (선한목자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