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에 영향을 미친 죄

입력 2020-10-30 03:05

창세기 레위기 등 구약시대 초반의 성경을 보면 죄는 ‘짐’에 비유된다. 속죄제 의식이 대표적이다. 대제사장은 ‘속죄 염소’의 머리에 양손을 얹고 이스라엘의 죄를 짐으로 지운 뒤 광야로 보냈다. 당시 광야는 ‘하나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므로 이곳에 속죄물을 보내면 죄가 사라진다는 게 당대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다니엘서를 기점으로 죄의 개념이 짐에서 ‘빚’으로 서서히 바뀐다. 신약시대에 들어서면 이런 변화가 뚜렷해진다. 주기도문이 실린 마태복음 헬라어 원문에는 “우리가 우리 채무자에게 빚을 탕감해 준 것같이 우리 빚을 탕감해 주소서”란 표현이 등장한다. 예수께서 죄를 빚으로 비유하며 열두 제자에게 기도법을 가르친 것이다. 죄가 빚이란 개념으로 대체된 건 페르시아 제국의 공용어인 아람어의 관용구 영향이 컸다. 1세기 팔레스타인에선 히브리어와 아람어가 공용됐으므로, 예수가 죄를 빚으로 묘사하는 데 익숙했을 것이라는 게 미국 노터데임대 신학과 교수인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이 밖에도 “죄의 삯은 사망”(롬 6:23) 등 경제적 개념으로 죄를 설명하는 본문이 성경에 적지 않음을 지적하며 “죄에도 역사가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 속에서 변해온 죄의 비유가 어떻게 기독교 속죄 의식과 16세기 종교개혁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