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교회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교회건축을 앞둔 구성원들은 과거와 다르게 현실적 접근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건축설계 최전선에 있는 건축가로서 그 온도차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예로 코로나19 이전에 기본설계가 완성됐고 이어 실시설계 도면까지도 완료됐으나 건축허가를 접수하기 직전에 건물 전체규모 축소와 모든 공간을 대대적으로 수정 변경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이것은 변경이라기보다는 완전히 재설계에 해당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인들은 건축환경과 공간구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이로 인해 교회건축에 대한 지각변동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거리 두기에 따른 행정조치로 교회 대부분의 실은 자의든 타의든 거의 사용하지 못했고 중·소형 교회들도 수차례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건축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나름대로 터득했을 것이다.
비대면 시대 이전의 교회건축은 부흥에 대한 비전을 갖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가득 채워가며 겹겹이 에워싼 많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사고가 팽배했던 것은 대면 시대의 목회는 관계적 목회로서 중·소그룹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그 많은 부속실과 주차장 확보를 최우선 가치의 중심에 두는 것은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모든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중요시했다. 이로 인해 정말 중요한 교회건축의 공간 가치는 먼발치로 밀려나서 물러설 곳조차 없었다. 이렇게 건축하다 보니 규모는 커지고 건축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비용으로 건축된 교회의 모든 공간이 일소에 정지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 건축의 핵심가치가 먼발치로 밀렸던 공간의 중요성을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안식과 자유가 있는 여유로운 공간, 그리고 텅 빈 독백과 사색의 공간, 지역주민과 교제와 즐거움이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회복해야 한다. 탈경계를 통한 내외부의 유기적 관계 형성이나 불확정 공간들을 중요시해 공간의 질을 더욱 높여야 할 때이다.
신학자들은 세속적인 공간이 신의 현현을 통해 성스러운 공간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의 수많은 예배당에서는 이처럼 성스럽고 거룩한 공간을 만나면 행운이다. 신학자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신의 현현 혹은 종교적 경험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합목적 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대목일 것이다.
의료계에선 더욱 강력한 바이러스가 계속 생성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언제든 또다시 유사한 사태가 온다면 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종전의 건축으로는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다양한 한계점에 이르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건축가들이라고 이와 같은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슈퍼맨은 아니다. 하지만 교회건축을 최소한 건폐율과 용적률을 가득 채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 건축이 계속된다면 건축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고립될 뿐이다. 교회 부흥이 물량적 규모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건축가들은 실험적 건축과 공간 경험을 통해 앞으로 교회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대가 요구하는 공간을 창출할 것이다. 교회 구성원과 건축가들의 폭넓은 토론으로 현대인들이 편안해할 수 있는 심리까지도 반영돼 신의 현현을 느낄 수 있는 교회가 이 땅에 가득하길 소망한다.
양민수 대표(아벨건축사사무소·국민일보 교회건축 자문위원)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