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기된 배터리 최종 판결… LG·SK “우리가 유리” 아전인수

입력 2020-10-28 04:02
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이 다시 연기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을 12월 10일로 또다시 연기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당초 이달 5일 예정됐던 결정일을 26일로 약 3주 미룬 데 이어 다시 6주 연기한 것이다.

ITC 최종 결정을 기다리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쯤 ITC 연기 공지가 나온 후 배경 파악 등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ITC는 투표를 통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연기 이유와 결정 전망에 각기 다른 해석을 했다.

먼저 입장문을 낸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이 사건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결정을 미뤘다는 데 무게를 뒀다. 이어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LG화학은 “최근 2차 연장되는 다른 사건이 있는 것을 볼 때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순연된 것 같다”고 했다. 외부 요인 때문이라는 얘기다. 다만 LG화학은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미국 대선 후로 결정이 미뤄진 것에 대해 ITC의 여러 고민이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 현지에 진출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ITC 결정 연기를 계기로 배터리 소송 장기화에 따른 손실 최소화를 위해 양측이 대승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제시한 합의금 차이가 워낙 큰 것으로 안다. 극적인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양사가 그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LG화학은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사업부 분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분할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국민연금의 반대가 LG화학 분사 추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LG화학 분사에 우호적인 지분은 ㈜LG 30% 외국인 40% 등으로 국민연금공단 지분(10%)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