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네이버 등 국내 ‘빅테크’(대형 IT 회사)들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사는 불완전판매 시 투자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게 된다.
27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소비자보호 내부 통제 기준과 금융상품 자문업자 관련 규정의 경우 내년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시행령에 따르면 먼저 금소법이 적용되는 금융 상품(은행 예금·대출, 보험, 금융투자상품, 신용카드 등)에는 신협,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 대형 대부업자(금융위 등록 금전대부업자 한정) 취급 상품이 추가됐다. 신협 외 상호금융(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의 경우 금융위에 기관 조치 권한이 없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위는 특히 네이버, 다음 등 빅테크 기업도 플랫폼을 통해 영업을 하면 금소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서비스 이름만으로 대상이 되진 않지만, 이들이 대출 플랫폼 등의 서비스를 수행하면 대출 모집인·대리중개업자에 해당돼 금소법을 적용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 등의 경우 현재처럼 금소법 적용을 안 받을 경우 적정성 원칙 등의 판매 규제를 지키지 않더라도 뾰족하게 제재할 방법이 없었지만 앞으로 타 금융권과 같이 제재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금소법이 기존에 개별 금융업법으로 규제하다가 기능별 규제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고, ‘소상공인 의무보험 교육’ 서비스 등도 추진하고 있다.
금소법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 의무·불공정 영업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 규제)의 세부 사항도 마련됐다. 광고 규제에선 ‘네이버 통장’처럼 대리·중개업자나 연계·제휴 서비스업자를 강조해 이들이 직접 만든 상품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행위를 금지했다. 앞서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네이버페이 기능을 추가한 통장을 출시했는데, 명칭 탓에 네이버가 직접 만든 상품으로 오해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었다.
불완전판매 시 수입의 최대 50%를 벌금으로 매기도록 한 징벌적 과징금은 거래 규모가 클수록 제재 강도가 높아지도록 했다. ‘수입’의 기준을 계약의 목적이 되는 거래금액으로 정의했다. 즉 대출성 상품은 대출액, 투자성 상품의 경우 투자액이 수입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만 탄력적 운영을 위해 부과기준율을 정해 위법 행위의 고의성, 피해 규모, 파급효과, 위반 횟수 등을 과징금 산정 시 반영하고, 가중·감경 요인도 고려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의 청약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도 구체화했다. 대출성·보장성 상품의 경우 청약 철회가 원칙적으로 모두 적용된다. 투자성 상품은 고난도 펀드, 고난도 금전신탁계약 및 투자일임계약 등이 해당된다. 이에 따라 금융사의 위법 행위가 없어도 대출 상품은 14일, 보장성 상품은 15일, 투자성 상품은 7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증권 매매 등 계약 체결 이후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면 청약 철회권을 요구할 수 없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