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서울생활문화센터에 마련된 ‘아이돌 특별전’의 진열장 한 가운데엔 방탄소년단(BTS)의 화보가 걸려 있었다. 화보 속 BTS는 화려한 옷을 입고, 꽃을 들고, 갖은 표정을 지으며 유리 너머 사람들을 매혹했다. 60년 넘은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지에서 글로벌 아이돌 그룹의 눈빛이 반짝였다.
서울시는 국내 최고(最古) 악기종합상가인 낙원상가에 마련한 문화공간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을 27일 공개했다. 상가 하부공간(주차장) 일부를 개조해 만든 총면적 580㎡의 문화 부스 11개를 말한다. 주변 인사동, 익선동과 함께 이 지역 주요 관광명소였던 낙원상가에 볼거리가 추가된 셈이다.
아이돌 특별전이 열리는 곳은 문화센터 중 ‘낙원역사갤러리’다. 안내문에는 한국 대중음악사가 낙원동을 배경으로 흘러왔다고 적혀 있다. 60년 전 뮤지션들은 낙원상가에 모여 새로운 악기와 무대 기회를 찾았다.
특별전에는 BTS 말고도 여러 유명 가수들이 진열돼 있다. 핑클은 오래된 공중전화카드, 소녀시대는 일본 한정판 앨범, 2PM은 엽서 위에서 웃고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한정판 앨범도 전시됐다. 전시품들은 모두 팬들에게서 빌려온 애장품들이다.
역사갤러리 옆 악기보관소는 각종 악기를 쌓아놓은 악기창고였다. 기증받은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 바이올린 등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대부분 낙원상가 악기수리공들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었다. 학교 음악 동아리 등이 이곳에서 악기를 빌려 쓴다.
다목적홀로 이동하니 음악 소리가 빵빵했다. 턴테이블 위에서 LP판이 부지런히 돌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모여 음악을 듣거나 행사를 치를 수 있게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목적홀 옆 음악연습실에는 각종 녹음 장비와 악기들이 빽빽했다. 문화센터 관계자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꿈은 프로음악인처럼 음악 플랫폼에서 노래가 유통되는 것”이라며 “이곳에선 아마추어들도 프로처럼 음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수리수리공작소에서는 악기수리공들이 기타를 손보고 있었다. 골무 낀 손으로 기타 줄을 죄고 풀었다. 육중한 무쇠 연장 옆에서 매끈한 기타가 모습을 갖춰나갔다.
생활문화센터 낙원은 시민 누구나 온라인 신청을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장소 대관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드럼과 우쿨렐레,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온라인 강좌와 나만의 음원 만들기 프로그램, 기성 연주자를 위한 마스터클래스 등이 운영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