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행위 빙자한 악행 은폐·축소 안 된다”

입력 2020-10-28 03:03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대표단이 최근 디지털 성범죄 근절 활동을 위해 관련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성폭력은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음받은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다. 2018년 ‘미투운동’ 열풍이 불면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 내에서도 성폭력 이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계 단체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성명 발표와 함께 관련 정책을 제안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한교여연·회장 정연진)는 27일 ‘한국교회 내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여연은 성명에서 “해마다 목회자의 성범죄와 관련된 보도들이 교단에 상관없이 나오고 있다”며 “목회자 성폭력은 목회자와 성도 간의 절대적 위계관계 속에서 이뤄지며, 목회자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시킬 뿐 아니라 종교적 행위를 빙자해 악행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교회나 신학대는 성폭력 문제를 조직적으로 감추고 축소했으며 가해자를 솜방망이 징계로 처벌했다”며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모든 불의와 폭력을 극복하는 일에 신앙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교여연은 한국교회에 성폭력 근절과 대응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상담과 보호,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징계와 처벌, 성폭력 예방교육 시행 등을 촉구했다.

한국YWCA연합회(회장 원영희)도 지난 15일 288개 단체가 연대해 출범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에 참여한다고 이날 밝혔다. 전국YWCA 부속 성폭력 관련 시설도 다수 참여한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소 사건의 진상 규명과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목표로 연대 활동을 할 예정이다.

대표단 한 어린이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손편지. 월드비전 제공

국제개발구호기구 월드비전은 지난 3월 국민적 공분을 산 ‘n번방’ 사태와 관련해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정책제안문을 최근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등에 전달했다.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대표단 16명이 제안한 정책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근본적 방안으로 성교육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토론·토의 등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형 교육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은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정부의 강경한 대응은 물론 사회적 관심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