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G-SK 배터리 소송 장기화… CEO가 나서서 풀어라

입력 2020-10-28 04:02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두 회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우려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12월 10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ITC는 지난 5일 예정돼 있던 최종 판결을 이날로 미룬 데 이어 또 연기했다.

LG화학은 코로나19 등으로 재판 일정이 순연됐을 뿐이라고 풀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건의 쟁점을 심도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예비 판결과 다른 가능성에 주목했다. 재판 내용뿐 아니라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소송을 둘러싼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포드와 폭스바겐 공급용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판결 시 고용을 비롯한 경제적 효과 논란 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소송 장기화로 국내 대표적인 두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업계에선 소송 시작 1년반 만에 양측의 소송비용만 이미 4500억원 정도 소요됐고, 장기화할 경우 조 단위로 규모가 커지는 등 천문학적 비용이 낭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사 모두 차세대 대표적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에 차질을 빚고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성장 전략인 그린뉴딜의 핵심도 배터리 산업이다. 글로벌 리딩업체인 국내 두 기업 간 분쟁은 제2 반도체로 불리는 K배터리의 미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양측 협상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해 9월 정부 중재하에 만났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뒤 추가적인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판결 연기 직후 양측이 다시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두 회사 모두 불확실성을 떠안은 채 더 질질 끌 상황이 아니다. 이제 양측 CEO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대승적인 합의에 이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