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매매·전세 거래지수 ‘중단’→ 1주일 만에 다시 ‘제공’ 논란

입력 2020-10-27 04:02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부동산 매매·전세 시장 동향 정보. 지난 19일 이후 중단됐던 매매거래지수 및 전세거래지수(붉은 색 부분) 정보가 26일부터 다시 제공됐다. 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이 부동산 ‘매매·전세거래지수’ 통계 정보를 중단했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제공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세 대란 와중에 정부 통계와 민간의 KB부동산 통계 간 차이가 크게 나자, 정부 입김 때문에 공개를 중단했다가 수요자들의 반발로 결정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9일 이후 중단했던 ‘매매·전세 거래지수’ 부동산 통계 자료를 다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19일자로 부동산 거래동향 통계 가운데 매매 및 전세거래지수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통계를 시작한 2003년 7월 이후 17년 만의 중단이었다.

이들 지수는 매매·전세 거래의 활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4000여명의 전국공인중개사를 통해 매주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지, 또는 한산한지 정도를 지수화했다. 0부터 200의 범위에서 100을 기준으로 밑돌면 ‘거래가 한산하다’고 답한 공인중개사 수가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높으면 ‘거래가 활발하다’는 뜻이다.

반면 정부 통계는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부 실거래가는 공인중개사들이 실거래 신고를 해야 등록되는데, 계약 후 한달 안에 등록하면 된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부동산거래량 역시 국토부에 거래 신고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이 때문에 정부 통계는 대략 한달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특히 전세거래동향의 경우, 국토부가 매달 발표하는 전달의 전월세 거래량을 바탕으로 파악해야 해 실시간 시장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전세대란이 이슈가 되자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전세거래지수와 정부 발표가 상충되는 문제가 국정감사장에서도 제기됐다. 이후 KB부동산은 “부동산 거래량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및 한국감정원의 ‘부동산거래현황’ 통계 자료 이용을 권장한다”고 밝히며 해당 통계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 측은 “공인중개사 설문조사에 의한 지수로, 정확한 실거래량 통계에 비해 유의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9월에 해당 통계 중단을 결정했고, 10월에 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번 해프닝이 ‘정부 눈치보기’에 기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도 감정원의 부동산 통계 강화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의 실거래 현황이 정확하게 반영되는 실거래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공공통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감의)지적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