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며 1년7개월 만에 1120원대로 내려갔다. 환율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모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수출시장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내린 1127.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3월 21일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시화된 지난 3월 19일 1285.7원까지 올랐다. 1월 2일 1158.1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두 달여 만에 100원 이상 치솟은 것이다.
그 후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환율은 최근 속도감이 가팔라지고 있다. 7월 27일 1196.1원으로 마감하며 1200원대에서 완전히 내려온 뒤 8월 5일(1188.8원)과 9월 15일(1179.0원) 각각 1190원 선과 1180원 선이 잇달아 깨졌다. 9월 중에는 1150원대까지 빠르게 무너졌다가 1170원 안팎으로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한꺼번에 40원 넘게 반납했다. 이날 환율은 지난달 말(1169.5원) 대비 41.8원이나 빠진 것이다.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두 축은 미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유로화 강세 등으로 인한 달러화 약세와 중국 위완화 강세가 주도하는 원화 강세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원·달러 환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위안화 가치”라며 “향후 위안화 가치 및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통령 선거는 미국 달러화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 기조, 추가 경기 부양책과 글로벌 경기의 동반 회복을 고려하면 달러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 높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가팔랐던 원화 강세 속도를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과 별개로 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수입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해외에 물건을 내다팔 때는 이윤이 줄어든다. 우리나라 수출은 9월 7.7% 증가해 코로나 악재를 뚫고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자칫 현 원화 강세 추이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연구원은 “환율 영향이 줄었다지만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수출기업들도 부담이 된다”며 “환 헤지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나 기업이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