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재유행’ 현실화… 전세계 확진자 하루 50만명 ‘통제 불능’

입력 2020-10-27 04:02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의결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이번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려했던 코로나19의 ‘가을 재유행’이 현실이 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역대 최고 속도로 재확산하면서 ‘통제 불능’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전 세계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4일(현지시간) 46만5319명으로 50만명에 육박했다. 22일 43만7247명, 23일 44만9720명에 이어 사흘 연속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특히 북반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중대 시점에 직면했다”며 “앞으로 수개월간은 매우 힘겨울 것이고 일부 국가들은 위험경로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24일 신규 확진자 중 절반 정도는 유럽 지역에서 발생했다. 총 22만1898명으로 유럽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유럽의 총 누적 확진자 수는 900만명을 넘어섰다.

25일 BBC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스페인은 국가경계령을 재발동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이동을 제한하는 국가경계령을 의결했다. 사실상의 야간 통행금지 조치다.

스페인에서 코로나19로 국가경계령이 발동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올해 봄에 발동된 국가경계령의 경우 2주마다 하원에서 연장 승인을 받도록 했으나, 이날 통과된 국가경계령은 향후 6개월 즉 내년 4월까지 별도 승인 없이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식당과 술집의 영업이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다. 26일부터는 영화관, 수영장, 극장, 체육관 등도 폐쇄될 예정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방역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고통이 예상되지만 이를 악물고 이 같은 통제를 이행한다면 우리는 12월쯤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신규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서며 나흘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프랑스에는 지난 24일 인구 69%가 거주하는 본토 54개 주에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발령된 상태다. 특별한 사유 없이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 외출하면 13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도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23일 8만375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4일 8만3718명으로 이틀 연속 8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10만명 감염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팬데믹(대유행)을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방역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메도스 비서실장의 이날 발언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는 집중하겠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 등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성명을 내고 “바이러스에 패배했다는 백기를 흔든 것”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CNN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 등 측근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점도 언급하며 백악관이 ‘제2의 유행’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김지훈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