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정 협의체 서둘러 가동해 ‘정치’ 복원해야

입력 2020-10-27 04:03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키로 합의했다. 정쟁만 일삼던 정치권이 대화에 나선다니 환영할 일이다.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자주 만나겠다. 내가 대통령께 만나자고 요청을 하려고 한다”고 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이런 협의체는 통상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에 만남을 더 적극적으로 요청해 성사되는 게 일반적인데 야당 원내대표부터 대통령과 자주 만나려 한다니 더 잘된 일이다. 기왕 합의한 만큼 협의체가 서둘러 가동돼야 할 것이다. 논의할 현안은 쌓였는데 그동안 여야정 간에 대화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을 직접 만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좋은 기회다. 문 대통령은 근래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해준 적이 별로 없다. 부동산 대란, 청와대 출신이 연루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문제, 월성원전 1호기 감사 문제와 감사위원 제청 거부 사태 등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설명할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문 대통령이 왕조시대처럼 구중궁궐에 있다”는 주 원내대표의 이날 비판이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대통령이 되면 남대문시장과 광화문광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던 공약은 지키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대통령이 국민이나 야당과의 직접 소통 기회를 늘린다는 차원에서라도 여야정 협의체를 상설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같이 여야 간 ‘큰 정치’는 없고 온통 설전과 정쟁만 있는 현실에서 협의체를 통해 정치를 복원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무릇 정치라는 게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인데, 경청은커녕 지금은 서로를 향해 조롱만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정치 실종 시대라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현안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본다면 국회에서 소모적인 정쟁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협량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른 쪽과도 대화하고 양보할 수 있는 협치의 문을 활짝 열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