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7일 14주까지의 태아에 대해 낙태를 허용한다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낙태죄는 유지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95% 이상의 낙태 수술이 12주 이내에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1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작은 아기들이 합법적으로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낙태죄를 유지하는 목적은 여성을 처벌하는 게 아니다. 헌법적 정의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가 사람을 어떠한 존재로 대했는지로 평가받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후대와 다른 나라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결정하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우리는 지금 유물론이 득세해 개인의 존귀한 가치가 무너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낙태법 개정을 앞두고 전 국민이 생명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해서 생명문화 선진국으로 평가받아야 할 절박한 시점에 있다.
낙태 문제는 여러 문화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찬반 이견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낙태가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라는 것이다. 낮은 수준의 인간관을 가진 이들은 태아가 죽어도 마땅한 시점을 법으로 정하고 살인행위를 비범죄화하려 한다. 몇몇 법률가와 의사를 동원해 몇 주 이내의 ‘불완전한’ 인간을 죽이는 일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 이런 저급한 인간관은 비단 태중의 아기만 겨냥하지 않는다. 식물인간 상이군경 중증장애인 등 정신이나 신체 기능이 불완전하다고 판단되면 존중하지 않겠다는 반생명적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낙태죄의 비범죄화를 시도한 나라에서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불완전한’ 아이를 굶겨 죽이도록 허락하기도 한다. 느슨해진 낙태법은 미끄러진 경사면 논리처럼 다른 반생명 문화를 촉진시켜 급기야 생명을 죽여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야만국을 만들고 말 것이다.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경고했다. “만일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죽일 수 있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겠는가.” 단지 편의를 위해 아이를 죽이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어떤 생명도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자궁 속의 아기를 죽이는 일이 합법화될 때, 가방 속에 아이를 가둬 죽이는 사건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국가가 내놓은 14주 낙태 허용안에 동의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무고하게 ‘죽어도 되는 사람’의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도록 방관하는 것이다. 국가가 내놓은 반생명 문화, 합법적 살인에 동참하는 일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과학자가 동의하듯 생명은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세포의 자기복제와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는 시점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도 태아가 귀한 생명이라는 점에 한 치의 의문도 갖지 않는다.
그런데도 소수 정부 인사들의 잘못된 판단이 소중한 생명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고 있다. 몇몇 단체에서 외치는 ‘낙태는 권리’라는 구호에 선동당하면 절대 안 된다. 잘못 개정된 낙태법 때문에 자녀들이 낙태를 권리라고 배우고 실천한다면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인본주의자는 생명존중자의 의견을 비웃는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이유를 앞세우고 위기 여성의 권리가 마치 절대권리인 것처럼 포장한다. 이는 비인간화된 본인과 자녀들이 앞으로 겪게 될 비극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얘기하면 그들은 마치 기독교나 가톨릭 단체가 제기하는 종교적 문제 정도로 취급한다. 낙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다. 과거 그들의 엄마가 출산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비웃고 있는 그들도 역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낙태법은 두 생명을 보호하는 법이다. 태아는 물론 엄마도 보호한다. 낙태를 시행한 소녀와 여인의 몸에 입은 상처, 마음에 남겨질 죄책감,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가능성에 맞서 보호해 주는 법이다.
제발 낙태를 여성의 권리인 양 주장하지 말라. 그 권리를 죄책감 없이 누리기를 바라지 말라. 지금도 수많은 의료진이 낙태된 아이보다 더 작은 미숙아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낙태가 권리가 되고 합법화될 때 우리는 배 속의 아기뿐 아니라 연약하게 태어난 아기들마저 쉽게 포기하려는 의사를 만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국민의 권리를 국가가 침범할 때 ‘국가는 단지 공범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짜 범인은 죄와 감각적 쾌락 속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국민 자신이라고 했다.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역시 태아 살인의 공범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태아 때부터 생명의 권리를 가진 인간이었다. 정부의 잘못된 입법예고안을 대폭 수정해 더 많은 생명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함께하자. 동영상 자료는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약력=경희대 의대 졸업, 이비인후과 전문의. 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운영위원,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이사, 명이비인후과 원장.
[태아는 사람 낙태는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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