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48명 가운데 26명은 방역 당국이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냈지만 여전히 백신에 대한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백신 기피 현상’에 예방접종 참여 의료기관 절반가량은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예방접종 사업은 계속 진행된다. 26일부터는 만 62~69세 어르신에 대한 접종이 시작된다.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은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에도 노약자와 어린이에 대한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계절 독감은 국내에서만 매년 3000여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감염병”이라며 “백신은 그 부작용에 비해 접종의 이익이 훨씬 크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의 평가를 신뢰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하면서 예방접종을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 해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평균 1000~3000명 내외로 추정되는 만큼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께서는 전문가의 판단을 믿고 정부 결정에 따라 예방 접종에 계속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백신과 사망원인 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된 바는 아직 없다. 감염 전문가, 법의관 등으로 이뤄진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앞서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로 신고된 48명(23일 기준) 가운데 26명을 조사한 결과 백신과 사망의 연관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이 “연관성이 없다”가 아닌 “연관성이 매우 낮다”라고 밝힌 것은 아직 추가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해조사반이 지금껏 사인을 검토한 26명 가운데 6명만이 “백신과 전혀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나머지 20명은 “백신이 사망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다”는 1차 결론을 낸 채 부검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부검을 진행하지 않은 6건은 역학조사로 이미 질병사(3명)나 질식사(1명) 등 다른 사인이 확인돼 부검하지 않거나 유족의 반대(2명)로 부검을 진행하지 않았다. 부검 결과가 나온 환자들의 사인은 심혈관질환(8명), 뇌혈관질환(2명) 등이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예방접종 후 7일 이내 사망한 사람은 1500여명”이라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사례로 신고되는 것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며 백신의 문제보다 기저질환, 노환으로 인한 사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의 당부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백신에 대한 불안이 쉽게 가시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독감 예방접종 지정 의료기관(2만1247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1만2700곳만이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질병청은 향후 주 2~3회 피해조사반 회의를 개최해 신고통계 및 심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