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을 1등 기업으로 키우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국내 1위였던 삼성을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해 20여개 품목의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1942년 1월 대구에서 태어났다. 창업주인 아버지(이병철 회장)와 어머니(박두을 여사)가 대구 중구에 삼성상회를 운영할 때다. 53년 부산사범부속초등학교 5학년 당시 이 회장은 부친의 뜻에 따라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 때만 해도 이 회장은 그룹 후계자에서 제외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학 전 아버지는 아들에게 “경영학을 하면서 매스컴에 신경 써서 공부하라”고 주문했다. 가업보다 언론 관련 일을 맡길 생각이 컸던 것이다. 65년 와세다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대에서 MBA과정을 수료한 뒤 돌아와 동양방송에 입사했다.
66년 9월 ‘사카린 밀수 사건’의 주범으로 삼성이 지목되자 아버지는 은퇴를 선언한다. 이때 그룹 총수의 자리는 잠시 장남 맹희씨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이병철 창업주는 68년 6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사재를 털어 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회장은 이후 78년 삼성물산 부회장, 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올라 공식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87년 11월 아버지가 별세한 뒤 곧바로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의 취임 일성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 약속은 허황된 소리처럼 들렸지만 약속은 결국 지켜졌다.
특히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나온 ‘신(新)경영 선언’은 삼성을 국경을 넘어선 일류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초석이 됐다. 86년 1MB D램 생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 삼성은 생산량까지 늘려 글로벌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장이 반도체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삼성이 세계 최고 위치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1등과 2등은 천지 차이’라며 반드시 일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95년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는 2000명의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150억원 규모의 불량 무선전화기 15만대를 태운 일명 ‘애니콜 화형식’을 진행했다. 이후 애니콜은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였던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 1위로 올라섰다.
특히 삼성이 성공에 도취해 있을 때 경종을 울리며 조직을 다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1년 앞두고 비상경영을 주문했고, 그룹 차원에서 3년간 원가 및 경비의 30%를 절감하자는 ‘경비 330운동’을 주도했다. 이 회장의 선견지명으로 삼성은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2000년 전 계열사가 흑자를 기록했다.
승승장구 하던 이 회장의 시련은 경영 승계 문제에서 시작됐다. 200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편법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특검까지 간 이 사건은 2009년 5월 대법원 판결로 이 회장이 배임 혐의를 벗는 데 성공했지만,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삼성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는 이후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한파에 시달리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2010년 경영에 복귀해 위기 극복을 위한 리더십을 다시 한번 발휘한다. 그 결과 삼성은 스마트폰과 TV에서 놀라운 실적을 냈고, 2012년 매출 300조원을 돌파했다.
이 회장 취임 당시인 87년 삼성그룹 매출은 10조원대였는데 2019년 삼성전자의 매출액만 230조원을 넘겼다.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59조원(10월 25일 기준)으로 359배나 커졌다.
이 회장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강력한 리더였다. 끊임없이 다가올 위기를 대비했고, 과감한 투자로 삼성을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의 공과를 둘러싼 논란이 존재하지만 그의 비범한 능력과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삼성이라는 전 세계적인 브랜드도 없었다는 데 이견을 내는 이는 없다.
강주화 박구인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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