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중국의 6·25 왜곡… 미흡한 정부 대응

입력 2020-10-26 04:03
중국이 6·25전쟁은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미국과의 전쟁이라며 역사를 공공연히 왜곡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중국군의 6·25 개입 70주년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면서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연설에서는 6·25가 구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에 의해 시작됐다는 핵심적 사실이 빠져 있다. 중국군의 개입은 수백만이 희생된 전쟁을 도발한 북한 편을 들고 나선 것이어서 결코 정의로운 전쟁으로 부를 수 없다. 유엔군의 개입은 기습공격으로 위기에 몰린 남한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전쟁 도발 세력을 국경까지 밀어붙인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6·25전쟁 개입 기념행사에서 연설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러나 왜곡된 역사 인식을 전제로 선전 선동한다면 한·중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후안무치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다. 외교부는 “한국전쟁 발발 등 관련 사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로 이러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뜨뜻미지근한 설명만 내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우리가 시 주석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 동의하고 말고 할 문제는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런 논리라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과거사 왜곡을 비판하고 외교관 초치까지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외교적 근린관계는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 인식에서 잘못된 게 있으면 따지는 게 당당하고 국익을 위해서도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