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 이건희 회장 혁신 메시지 되새겨 볼 때

입력 2020-10-26 04:01
한국 경제의 큰 별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던 이 회장이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배경에는 혁신이 있었다. 그의 파격적인 혁신 리더십은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9000억원이던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이 회장이 쓰러진 해인 2014년 318조7634억원으로 35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 역시 9조9000억원에서 338조6000억원으로 34배 정도 많아졌다. 임직원 규모는 10만여명에서 국내외 총합 42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수출 규모는 63억 달러에서 1567억 달러(2012년 기준)로 25배 이상 성장했다.

이 회장은 항상 혁신을 추구했다. 그는 회장으로 추대된 직후 “세기말적 변화가 온다. 초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혁신적인 제2의 창업을 선포했다. 세간에서 삼성의 성공을 주목할 때에도 이 회장은 오히려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를 통한 도약을 시작했다.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며 발표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포가 대표적이다. 2003년 이후엔 시대 변화에 맞춰 융합, 디지털, 소프트 등의 신개념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는 데 밑거름이 됐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2010년 3월 경영복귀 직후),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2013년 10월 신경영 20주년 만찬),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2014년 1월 신년사). 이 회장은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지속적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코로나19 등 국내외 여러 악조건으로 경제 침체 위기감에 빠져 있다. 구태의연한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을 떠난 이 회장의 가장 큰 메시지인 혁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져 대한민국이 부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