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당 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을 내정하면서 법정 시한을 100여일 넘긴 공수처가 출범을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 한참 뒤늦은 내정이지만 그나마 한발 진전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실제 공수처 출범까지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수처법상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공수처장 추천을 계속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공수처 출범이 어려워지게 된다. 여야 및 추천위원들이 향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놓고 장기간 대치할까 우려된다. 그럴 경우 당초 여권이 목표로 내건 연내 공수처 발족도 어려워질 것이다.
공수처가 원활히 출범하려면 여당 및 여권 추천위원들은 누가 봐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인사라고 할 만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야 할 것이다. 공수처가 대통령이나 여당의 친위대 역할을 할 것이란 야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여권은 정치적으로 좀 손해를 볼지라도 야권에서도 수용할 만한 인사를 물색하길 바란다. 1호 공수처장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서도 엄정하게 중립을 지킬 인사를 임명하는 게 옳다. 이번에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놓지 않으면 향후 공수처가 수사를 할 때마다 정치적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야당 추천위원들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속도를 내 공수처가 빨리 출범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합리적인 인사인데도 야당 추천위원들이 번번이 퇴짜를 놓을 경우 그땐 국민들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여권 추천위원들이 내놓는 후보들이 계속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야당 추천위원들이 중립적인 인사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야당 추천위원들이 합리적 이유에서 공수처장 후보를 거부하는지, 아니면 오직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기 위한 활동만 하는지 훤히 드러날 것이다. 괜찮은 인사인데도 반대만 일삼아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는 일은 스스로 피하길 바란다.
[사설] 여당, 야권도 수용할 만한 공수처장 찾아야
입력 2020-10-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