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업무 중 미국 국내 정치와 선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주요 업무는 국내 정치가 아니라 외교정책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정책 커뮤니티는 혼돈에 빠진 미국 국내 정치가 안정화되지 않고는 더 이상 미국이 국제사회 리더로서 외교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내부 면담 및 비공개 전략 세션 등을 통해 대선이 국내 정치와 외교정책에 끼칠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선거 당일 및 사전투표 결과와 우편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패자가 불복함에 따라 대법원이나 하원에서 결론을 내는 상황까지 가능성을 두고, 선거 당일부터 내년 대통령 취임식까지 벌어질지 모르는 국내외적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자 한다.
미국이 향후 국내 정치 안정화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한·미 관계에서 가장 큰 난제인 미·중 갈등 사이에서 택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의 대중(對中) 정책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트럼프 대중 정책의 핵심은 양국의 가장 큰 차이를 이데올로기로 규정하고, 미국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중국공산당을 궁극적 경쟁 대상으로 본다. 공산당을 결집하고 이를 민족주의와 연결지어 사회 전반을 통제하는 중국의 엘리트층을 직접적 위협 대상으로 보는 한편, 이미 자유시장경제에 노출된 중국 시민들은 당 지도층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국 정책 자문인 마일스 유 등은 이런 강경한 대중 정책을 설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은 기존의 다자협력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무역경쟁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 다른 국가들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5G 통신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클린 네트워크, 중국을 배제한 채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에너지 자원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이를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큰 틀에서 합쳐 대중 강경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들과 바이든 캠프의 자문들은 이데올로기로 미·중 경쟁 구도를 설정하는 전제부터가 중국과의 갈등을 조장할 수밖에 없으며,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의 부재는 동맹국들을 단합시켜 제도적 협력점을 도출하기보다는 오히려 미·중 사이 선택을 놓고 두 그룹으로 분열시킨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 시민과 공산당을 분리하는 가정도 현실적이지 않으며, 눈에 띄게 커진 중국 내 반미감정에 주목한다. 따라서 바이든의 대중 정책은 중국과의 전면전보다는 큰 틀에서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해 대응하는 일종의 협의체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을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세력으로 보는 시각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테크놀로지 및 인권 분야 등에선 다자 간 협력을 통해 중국의 위협에 맞서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전 세계 공동의 과제는 중국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 트럼프 정책과의 가장 큰 차이다.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한국은 미·중 경쟁에서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긴 힘들 것이다. 미·중 경쟁은 지속될 것이고, 그 핵심인 기술 경쟁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 끼치는 영향은 당장은 크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막대하다. 한국 기업의 공급망을 다변화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결국은 한국의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길이다. 또한 모든 관계는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동맹국들이 미·중 경쟁에서 미국에 여러 가지로 협력하는 동안 한국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미연 미국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