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국정감사는 달라져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의 거의 모든 면에서 행정부 역할이 더욱 커지고 세진 만큼 국회는 행정부에 철저한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이미 출범 때부터 각종 현안을 공적 영역의 확대 및 정부 권력의 관여로 대처하겠다는 기조를 취했고, 난데없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이 기조는 정당화되고 가속되었다. 민주주의 국가치고는 유례없이 개입적이고 비대해진 행정부를 상대로 국회가 매의 눈을 들이대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바로잡도록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올해 이 당연한 일이 기대대로 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국감 일정이 아직 좀 남아 있지만 예년의 고질적 문제들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자극적인 휘발성 이슈만 부각되며 과도하고 불필요한 정쟁이 국감장을 다 덮어버려 행정부 사업 전반에 대해 차분하고 꼼꼼한 감사를 방해하고 있다. 국감장에서 의원과 기관장 간 질의응답이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급기야 여야로 나뉜 의원들 간의 흑백 진영 대결로 변질할 때 행정부가 입법 의도에 맞게 집행 업무를 하는지 감시하고 권력 남용을 못 하게 견제한다는 국감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겠는가.
물론 법무장관 아들 특혜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지휘체계 논란, 감사원의 원전 관련 감사 결과, 전세난, 재정준칙, 북한에 의한 공무원 피격 사건, 한·미동맹 관련 발언 논란, 정의기억연대 유용 의혹 등은 그 중요성을 볼 때 국감장의 핵심 이슈가 돼야 한다. 다만 그러한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이슈를 둘러싼 여야의 경직된 현장 대립이 블랙홀처럼 국감을 통째로 삼키며 취지를 가려버린다는 데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국감은 생중계되는 현장에서의 문답만 뜻하는 게 아니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우선 각 위원회는 소관 행정기관에 국감과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 제출을 요구해 살펴본다. 여기서 미진한 부분은 증인이나 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해 국감장에서의 공개 문답을 통해 검증한다. 그 이후 위원회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경과와 결과 및 처리 의견을 밝힌다. 각 위원회의 감사보고서는 본회의 의결로 확정한다. 만약 감사 결과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있을 땐 해당 기관에 변상, 징계 조치, 제도 개선, 예산 조정 등 시정을 요구하거나 처리하라고 이송한다. 이 경우 해당 기관은 지체없이 이행에 옮겨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다. 마지막으로 국회는 행정부 측의 처리 결과 보고를 평가하고 필요 시 추가 조치를 취한다. 이처럼 국감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장 문답(증언·진술·신문)이 국감의 다인 듯 인식한다면 곤란하다. 의원들은 국감장을 떠나는 순간 국감을 잊어버리고 지적 사항 이행 여부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언론도 시청률이나 구독률을 높여줄 현장의 자극적 장면을 연출해낼 궁리만 할 것이다. 피감기관 측은 문답 당일만 잘 넘기자는 생각을 할 것이다. 국감은 시끄러운 하루 행사로 끝나기 십상이다. 자료 요구부터 이행 평가 및 추가 지적까지 국감의 전체 과정에 충실을 기해 실질적으로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정을 바로 세운다는 취지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국감의 문답지상주의는 결국 의원들에 의한 것이다. 한편으로 의원들은 생중계를 통해 언론과 국민의 시선을 끌고자 자기 발언만 일방적으로 하고 피감 측엔 해명의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는다. 시선 끌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료에 대한 사전 조사나 시정 처리에 대한 사후 점검은 뒷전으로 밀린다. 또 다른 한편, 의원들은 문답 공방을 정권 경쟁의 차원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피감기관에 대한 신문보다 여야 간 기(氣) 싸움과 상호 공격에 치중한다. 그 때문에 문답이란 말조차 무색해진다. 의원끼리의 입심 대결과 진영 논리가 국감을 지배할 때 정작 감사를 받아야 할 측은 속으로 즐길 것이고 행정부의 독주와 국회의 위축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지원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제도 방식을 아무리 바꿔도, 행정부의 성실한 자세를 아무리 주문해도 의원들이 자기 선전에 몰두하거나 경직된 진영 논리만 따르며 보여주기식 문답지상주의를 벗지 못한다면 국감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충족되기 힘들다. 행정부 일방주의가 심해진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회가 극복해야 할 중대하고 우려스러운 사안이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