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감’ 후폭풍에 여야 들썩… ‘대망론’도 들썩

입력 2020-10-24 04:02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정수(왼쪽)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2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앞뒷줄에 앉아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3일 이 부장을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후임으로 임명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검 국감은 국감 생중계 방송 가운데 이례적으로 실시간 시청률이 10%에 육박했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윤 총장이 향후 정치 활동 가능성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자 정치권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윤 총장을 향해 총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러브콜과 견제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정치인 윤석열’의 존재감은 집권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수록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을 겨냥해 “‘수사지휘권 행사가 불가피했다’는 대통령 판단도 부정하고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를 통제한다’는 민주주의 기본원칙도 무시하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사위원으로 윤 총장과 설전을 벌인 김종민 최고위원도 “윤 총장의 행동은 검찰 조직을 끌고 정치에 뛰어든 정치적 행위”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검찰총장 자격이 없다”(설훈 의원) “인격의 미숙함과 교양 없음이 그대로 드러났다”(황운하 의원)는 격한 반응도 쏟아졌다.

여권이 윤 총장을 거칠게 몰아세울수록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역설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퇴임 후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제 직무 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면서도 “퇴임하고 나면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정치 입문 선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윤 총장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거대 권력과 맞섰다는 점, 존재감이 확실하고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라고 평했다. 야당 중진의원도 “윤 총장이 정치를 하겠다면 문은 열려 있다. 야권 후보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과 달리 법조계에선 고위공직자로서 원론적 답변을 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국감에서 검찰 수장으로서 정치권에 할 말을 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해야 할 수사를 하는 것 뿐인데 정치권이 검찰의 의도를 의심해 공격하는 것을 반박한 윤 총장 발언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후 검찰에 대한 공격이 거세진 데 대한 회한이 컸던 것 같아 짠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검사의 소신을 지켜줘 감사하다” “외풍을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의 책무를 완수해 달라”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정치에 뛰어들지 않으리란 관측이 많지만 ‘윤석열 대망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74석 거대 여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 보수 야당의 대안 부재, 여야 극성 지지층에 대한 반발감에 새 인물을 바라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0일부터 사흘간 벌인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34%로 4월 총선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찍민’(민주당에 찍힌 인사)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주목받는 현상도 이 같은 여론 지형과 무관치 않다.

‘찍민’은 여권이 발탁했지만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공격당하고 있는 이들을 일컫는다. 윤 총장을 필두로 최재형 감사원장, 금태섭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언급된다. 이들은 보수색이 그리 강하지 않고, 지지율 높은 현 정권을 상대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도개혁 성향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인물난을 겪는 야권의 ‘찍민 러브콜’이 본격화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이들이 보수 야당 후보로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판 이상헌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