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람이 40명에 육박하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백신 관련 사망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도 노인들이 머무는 수도권과 대도시 요양시설 및 재활병원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독감백신 부작용과 코로나 집단감염의 ‘트윈 공포’가 두 질환 모두 고위험군인 노년층을 덮쳤다.
질병관리청은 23일(오후 1시 기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36건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10명 늘어난 수치다. 사망자 다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연령대가 모두 확인된 전날 오후 4시 집계 사망자 26명 중에는 23명이 60대 이상이었다.
접종 중단 여부와 관련해 정부와 전문가 집단의 엇갈린 의견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날 서울 강동구의 한 척추전문병원 앞에서 만난 김모(77)씨는 “의사협회장은 (백신 접종을) 일주일 보류하자 하고 정부는 괜찮다고 하는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엇박자도 빚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전날, 경북 포항시는 이날 자체적으로 백신 접종 보류를 권고했다. 이는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서 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는 질병청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질병청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향후 국가예방접종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접종 유보를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지자체에 안내했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이날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와 예방접종전문위원 회의를 잇달아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한편 고령층 이용이 많은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진 점도 노인세대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의 행복해요양원에서는 전날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실시한 전수검사에서 입소자와 종사자 등 34명이 무더기로 확진됐다. 광주 SRC재활병원에서도 18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124명으로 늘어났다. 안양 어르신세상주간보호센터, 군포 남천병원, 의정부 마스터플러스병원에서도 확진자가 추가됐다.
고령층 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돼 정부는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과 정신병원에 대한 방역실태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집단감염이 집중된 수도권과 부산 지역의 감염 취약시설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일제 진단검사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요양원 등 고위험군이 많은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이날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155명으로 이틀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발생 사례가 138명이나 돼 방역 당국을 긴장시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 발생 환자 수가 증가하고 취약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이 확대되는 등 기존의 감소세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