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후임에 이정수(51·사법연수원 26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임명했다. 박 지검장이 항의성 사표를 낸 지 하루 만에 인사를 단행했다.
추 장관은 이 지검장 인사를 내면서 남부지검에 “신임 검사장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신속·철저한 진실 규명에 전념하라”고 당부했다. 이 지검장은 인사발령 후 “엄중한 시기에 직책을 맡게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추 장관 취임 후인 지난 1월 대검 기조부장에 임명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2018년 국가정보원에 파견돼 적폐청산TF 부장검사로 활동했다.
이 지검장은 라임자산운용 사기 사건의 후속 수사와 함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사 비위 의혹, 여권과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김 전 회장의 잇따른 폭로로 수사의 전선이 꼬인 상황이라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 남부지검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가 아니라 그냥 ‘독배 그 자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김 전 회장이 검찰에 대한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여권 인사 수사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법무부는 기수와 인품 및 수사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 지검장을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이 특별히 ‘친정부 성향’이나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도 발탁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검사로서 자존심이 있는 분”이라며 “어느 한 편에 유리하게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지검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글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공석이 된 기조부장직은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직무대리를 하게 된다.
나성원 정우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