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업체들이 고개를 숙였고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방치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력을 갈아 넣는’ 배송 서비스에 대한 문제의식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기고 있다. 사람이 여럿 죽고 나서야 무언가가 잘못돼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올해 들어 과로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3명이고, 이 중 6명이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 소속이다. CJ대한통운은 22일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분류작업 지원인력 3000명(현재 1000명)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 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과로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에 인력을 추가 투입키로 한 것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2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일회용 면피성 대책’으로 혹평하기도 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추가 투입되는 인력도 일용직 형태이며 산재보험 가입도 강제력 없는 ‘권고’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선 근로감독을 통한 장시간 노동 여부 조사와 부당계약 시정, 택배 기사를 포함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법 제·개정이 언급됐다. 모두 시급한 일이다. 정부와 국회, 기업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일각에선 ‘구조적 타살’로 규정한다. 그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택배 물량은 폭증했지만 배송 단가는 과당 경쟁 속에 꾸준히 낮아졌다. 배송 단가 하락은 택배 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낳았다. 기사들이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득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처리하게 된 것이다. 현재 택배 기사의 평균 근무 시간은 주 71시간에 달한다. 근무 시간을 줄이면 기사 1인당 배송 건수가 줄어 수수료 수입, 즉 택배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수료 인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수료 인상에 따른 택배비 상승은 기업과 소비자가 분담해야 할 비용이다. ‘총알’ ‘로켓’ ‘당일’ 등의 이름이 붙는 초고속 배송도 서비스의 당연한 발전으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물건이 빨리 와서 좋지만 이를 위해 사람 목숨까지 희생되는 것은 온당치 않기 때문이다.
[사설] 택배 노동자 과로사 근본 해결책 찾자
입력 2020-10-2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