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25명 이상이 사망했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는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예방접종 사업 잠정 유보를 촉구했으나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까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총 28명에 달했다. 질병청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5명의 사망 사례가 신고됐다고 밝혔으나 이후에도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청에 신고된 25명 중 대다수(21명)는 70대 이상이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들이 맞은 백신 제품의 종류는 8종이다. 같은 공정에서 생산됨을 의미하는 로트번호(LOT·고유 제조번호)까지 동일한 경우는 1제품(스카이셀플루4가·Q022049)이었다.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접종 중단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의협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독감 예방접종을 1주일간(23~29일)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며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도 “부검 등 면밀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망과의 연관성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접종 사업을 지금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한백신학회도 공지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진 면역 저하자는 독감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하루에 70대 이상 사망자가 560명 정도인데 그 중 절반은 백신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찰청은 사망신고가 들어오면 사망원인을 파악하는데 최근에는 무조건 백신을 맞았는지를 물어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독감 백신 접종 후 지난 16일 처음으로 숨졌던 인천의 고교생 A군(17)의 사인이 백신과 무관하다는 부검 결과를 이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송경모 최예슬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