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법에서 말하는 인사 그런 게 아냐”

입력 2020-10-23 04:04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피곤한 듯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검찰 인사 등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했던 사안들에 대해 작심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추 장관과 처음 충돌했던 인사 협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에서 말하는 인사는 그런 게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추 장관이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팩트를 말씀드리겠다”며 추 장관과의 인사 협의 과정을 설명했다. 윤 총장은 지난 1월 추 장관 취임 인사를 마친 뒤 대검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추 장관이 전화해 “검사장 인사안을 보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장관님, 법무부 검찰국에서 기본안이라도 해서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고 한다. 추 장관은 인사안이 청와대에 있으니 받아보고 의견을 달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청와대에서는 펄쩍 뛰었다. 다음날 법무부로 들어오란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사안은 이미 다 만들어져 있는데 단순히 총장에게 보여주는 게 협의가 아니라는 것이 윤 총장의 설명이다. 윤 총장은 “법에 말한 협의는 실질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이후 진행한 인사에서 윤 총장의 측근인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지난 8월 검찰 인사에서도 윤 총장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추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는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이 요직에 올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윤 총장은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 1월 이후에는 많이 노골적인 인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산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되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다 아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윤 총장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에 파견나가 대통령 측근 수사를 했는데 당시 선배 검사들은 영전을 했었다고도 설명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에둘러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접대를 받은 의혹이 있는 검사들이 ‘윤석열 사단’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강력 반박했다. 윤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제시한 도표를 두고 “영화 ‘1987’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영화 ‘1987’에서는 공안경찰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표를 만들고 죄를 만들어가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지적은 짜맞추기식 의혹 제기라는 취지다. 윤 총장은 “검찰은 검찰 구성원의 비리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