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최근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다음 달부터 택배 현장에 분류 인력을 대거 투입해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작업 시간을 줄이고 근무 강도를 완화한다. 택배 업계에선 올해 코로나19로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택배기사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택배기사 및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CJ대한통운은 작업시간 단축, 산업재해 예방, 작업 강도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보호대책을 제시했다. CJ대한통운은 다음 달부터 택배기사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1인당 하루 배송 적정량도 산출한다. 초과물량에 대해선 3~4명 단위로 팀을 꾸려 물량을 분담하는 방식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벌여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 밖에 택배기사들의 건강검진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CJ대한통운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상소견 발생 시에는 외부 컨설팅을 통해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소형상품 전용 분류 장비 추가 구축을 통해 자동화 수준을 높여 근무 강도를 낮추는 방안도 마련했다. 아울러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증진 활동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택배기사 및 종사자의 과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 김모(48)씨가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 업무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지난 12일엔 한진택배 소속 택배 노동자 김모(36)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전 동료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호소하며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근무하던 택배 노동자 강모(39)씨가 지난 20일 간이휴게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는 소식도 뒤늦게 전해졌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측은 이들이 장기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며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총 13명이다. 이들 가운데 CJ대한통운 소속 노동자가 6명이다.
한진은 지난 20일 임직원 명의로 택배기사 사망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진 측은 “조속한 시일 내 택배기사들의 과로방지를 위해 물량 제한, 터미널 근무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