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침없는 윤석열, 의혹에 대한 시비도 명백히 가려져야

입력 2020-10-23 04:01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시간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윤 총장의 답변은 줄곧 강경했고 말투는 다소 거칠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일부 여권에서 자신을 무력화시키고 끌어내리려 한다는 것을 의식한 듯 핵심 현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맞섰다. 국회가 장을 만들어줬고 전 국민이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반면 하기 싫은 말은 속 시원히 하지 않았다. 때로는 의원 질의와 직접 관련 없는 답변으로 얼렁뚱땅 넘기기도 했다.

윤 총장은 먼저 추 장관을 직격했다. 그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추 장관이 부하 취급을 해왔다고 공격했다. 특히 최근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부당하고 비상식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라임 사태에 연루된 검사 및 야권 정치인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갖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제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윤 총장은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라임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자필 옥중편지’로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사 술 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적지 않다. 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되는지 의문을 드러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를 감안해 그런지 대검은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발표한 지 불과 30여분 만에 수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윤 총장의 답변 태도도 논란이 됐다. 그는 의원들 질의에 “허, 참”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삐딱하게 앉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답변 태도에 문제 있다” “자세를 똑바로 하라” “누가 누구를 국감 하는지 모를 지경” 등 질타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그동안 발언을 자제해 왔던 윤 총장이 여러 가지 지적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억울한 측면도 있고 본인 주장대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의혹 제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민감한 핵심 현안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하면서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불편한 태도로 임한 것은 아쉽다. 이번 국감을 계기로 검찰 수사가 정치권에 좌지우지돼서도 안 되겠지만 검찰이 절대 선이라는 자만에 빠지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