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일괄동의제’ 허용되나… 국내기업 역차별, 커지는 딜레마

입력 2020-10-25 18:29 수정 2020-10-25 18:34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일반적으로 회원가입시 나오는 마지막 문구다. 각종 앱이나 사이트 가입시 개인정보 수신에 대한 일부동의를 선택해서 받게 된다. 거절하면 마케팅이나 광고 등의 정보가 수신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에서만 한해서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의 경우 회원가입시 별도 동의 없이 가입 버튼만 누르면 개인정보에 대한 일괄동의가 이뤄진다.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객 정보로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하거나 타깃형 광고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해외기업보다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반면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22조 1항에 ‘개인정보 처리에 대하여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해 각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방송통신위원회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서도 필수동의 사항과 그 외 선택동의 사항을 구분해 동의 내용을 한눈에 알아보게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민감정보, 마케팅 목적, 보유기간, 서비스제공과 무관한 개인정보 수집 등은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과 규정이 국내기업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고 글로벌 기업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마케팅이나 광고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정보통신망법 50조에 의한 선택동의를 아예 받지 않는다. 그러나 고객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타깃형 광고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의 경우 가입시 사용자 활동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이 정보에는 시청 동영상, 기기ID, IP주소, 쿠키데이터, 위치까지 포함된다. 광고나 동영상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데이터를 수집 이용한다.

페이스북도 가입하기를 클릭하면 약관이나 데이터 정책, 쿠키 정책에 일괄동의하게 된다. 개인이 콘텐츠를 작성 공유하거나 사진촬영 장소, 파일생성 날짜 등의 메타데이터는 물론 보거나 참여 콘텐츠 유형이나 활동시간, 빈도 기간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약관에도 광고주에게 광고 타깃 대상 정보를 노출할 수 있다. 예컨대 ‘사이클링을 좋아하는 18~35세 사이의 사람’이라는 정보를 광고주에 전달하고 관심이 있을 만한 사람에게 광고를 노출하는 식이다.

글로벌 사업자들만 맞춤형 콘텐츠 제공과 타깃형 광고가 가능해, 국내기업은 광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게 광고시장의 많은 부분을 빼앗기고 있다고 호소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 문제도 있지만 콘텐츠 추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해외사업자와 국내사업자 간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작년부터 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지난해 국내기업들도 글로벌 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가 정보 보유기간을 모호하게 하거나 서비스 본질과 다른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까지 수집하지 않는지 통상적인 의견수렴을 하고 있고, 가이드라인 시정과 관련해서도 업계에 의견 수렴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구현화 쿠키뉴스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