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에게서 오는 즐거움 찬양하며 나눠요”

입력 2020-10-23 03:03
찬양사역팀 노래하는순례자 단원들이 지난해 6월 30일 부산 남정교회에서 찬양 집회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단장인 이동석 집사가 지난 20일 부산의 한 카페에서 30주년 기념 팸플릿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이동석 집사 제공

‘사례는 일절 사양하겠습니다. 그저 함께 찬양하며 은혜 나누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찬양사역팀 노래하는순례자의 단장 이동석(55) 집사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이다. 교인 수 20명 이하의 미자립교회나 농어촌교회 중 대면예배를 드리는 곳이 있다면 찾아가서 찬양으로 섬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최소 인원으로 움직이며 마스크를 꼭 끼고 찬양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100여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교회의 신청이 쏟아졌다. 지난 20일 부산 동래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집사는 “벌써 올해 주일예배는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며 “찬양에 갈급한 교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1981년 시작해 올해로 39년째 3000회 이상 공연한 노래하는순례자는 직장인과 학생 12명으로 구성된 자비량 사역팀이다. 거쳐 간 사역자만 80여명이다. 85년 입단한 이 집사는 성악을 전공한 중학교 음악 교사지만 사회복지사, 대학 조교 등 전공생이 아닌 팀원이 더 많다. 사역자들의 거주지와 직장, 연습실 등 근거지는 부산이지만 사역 장소엔 제한이 없다. 승합차에 악기와 음향장비를 싣고 주일과 평일 저녁에 광주 대구 인천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이 단장은 “운전이라면 이제 이골이 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자비량 사역팀인 만큼 재정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40년 가까이 사역하면서 생긴 후원자들도 든든한 힘이다. 180여명의 후원자들이 큰 금액은 아니라도 매달 정기 후원에 참여한다. 길게는 20년 가까이 꾸준히 후원한 동역자도 있다. 미자립교회 대상 무료 공연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이유다.

노래하는순례자의 교회 사역 중 8할은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다. 이 집사가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은 공연 역시 2006년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한 농어촌교회 세 곳의 연합 찬양 집회였다. 그는 “밝은 찬양을 하는데도 다들 울고 있어서 이유를 물으니 ‘제대로 악기를 갖춰 찬양 집회를 한 게 처음이라 너무 좋아서 운다’고 했다”며 “왕복 14시간을 운전하고 돌아와서 2시간도 못 자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는데도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스무 살에 입단해 35년째 사역하는 이 집사는 꾸준히 사역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즐거움’을 꼽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역이 멈췄을 때도 작은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피아노 조율을 도왔다. 아내와 아들도 함께 사역하면서 든든한 지지자가 돼주고 있다.

이 집사는 “세상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면 금세 바닥이 났을 텐데, 하나님에게서 오는 즐거움이니 식지 않고 계속해서 사역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음악적인 완벽함을 좇거나 유명한 대형 사역팀이 되기보단 그저 지금처럼 작은 교회들을 찾아다니고 함께 즐겁게 찬양하며 힘을 줄 수 있는 선교팀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 글·사진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