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는 일절 사양하겠습니다. 그저 함께 찬양하며 은혜 나누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찬양사역팀 노래하는순례자의 단장 이동석(55) 집사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이다. 교인 수 20명 이하의 미자립교회나 농어촌교회 중 대면예배를 드리는 곳이 있다면 찾아가서 찬양으로 섬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최소 인원으로 움직이며 마스크를 꼭 끼고 찬양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100여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교회의 신청이 쏟아졌다. 지난 20일 부산 동래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집사는 “벌써 올해 주일예배는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며 “찬양에 갈급한 교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1981년 시작해 올해로 39년째 3000회 이상 공연한 노래하는순례자는 직장인과 학생 12명으로 구성된 자비량 사역팀이다. 거쳐 간 사역자만 80여명이다. 85년 입단한 이 집사는 성악을 전공한 중학교 음악 교사지만 사회복지사, 대학 조교 등 전공생이 아닌 팀원이 더 많다. 사역자들의 거주지와 직장, 연습실 등 근거지는 부산이지만 사역 장소엔 제한이 없다. 승합차에 악기와 음향장비를 싣고 주일과 평일 저녁에 광주 대구 인천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이 단장은 “운전이라면 이제 이골이 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자비량 사역팀인 만큼 재정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40년 가까이 사역하면서 생긴 후원자들도 든든한 힘이다. 180여명의 후원자들이 큰 금액은 아니라도 매달 정기 후원에 참여한다. 길게는 20년 가까이 꾸준히 후원한 동역자도 있다. 미자립교회 대상 무료 공연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이유다.
노래하는순례자의 교회 사역 중 8할은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다. 이 집사가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은 공연 역시 2006년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한 농어촌교회 세 곳의 연합 찬양 집회였다. 그는 “밝은 찬양을 하는데도 다들 울고 있어서 이유를 물으니 ‘제대로 악기를 갖춰 찬양 집회를 한 게 처음이라 너무 좋아서 운다’고 했다”며 “왕복 14시간을 운전하고 돌아와서 2시간도 못 자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는데도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스무 살에 입단해 35년째 사역하는 이 집사는 꾸준히 사역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즐거움’을 꼽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역이 멈췄을 때도 작은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피아노 조율을 도왔다. 아내와 아들도 함께 사역하면서 든든한 지지자가 돼주고 있다.
이 집사는 “세상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면 금세 바닥이 났을 텐데, 하나님에게서 오는 즐거움이니 식지 않고 계속해서 사역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음악적인 완벽함을 좇거나 유명한 대형 사역팀이 되기보단 그저 지금처럼 작은 교회들을 찾아다니고 함께 즐겁게 찬양하며 힘을 줄 수 있는 선교팀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 글·사진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