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한 지 1년3개월이 넘었다. 다분히 감정적인 조치가 조기에 철회되지 못하고 지금껏 유지된 것은 양국 정부 모두의 외교력 부재 때문일 테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이 건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가 그해 11월 당국 간 대화가 시작되면서 절차를 중단했다. 하지만 일본이 계속 규제를 유지하자 지난 6월 제소 절차를 재개했고 이후 대화마저 끊긴 상태다. 이 문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연말 서울에서 개최하려는 한·중·일 정상회의 등과도 연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가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 간담회에서 “수출규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한국 쪽에서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화 중단의 원인을 한국 측에 떠넘긴 적반하장격 발언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난해처럼 WTO 절차 중단을 조건으로 다시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도미타 대사는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서도 “스가 요시히데 새 정권 출범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바짝 기울여야 할 때다. 대화를 위한 모멘텀도 나쁘지 않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통화에서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최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도 국정감사에서 “일본이 예전보다 경직된 면이 풀리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양국이 적극적인 물밑 협상을 통해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조율해볼 필요가 있다. 기왕이면 수출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유지,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일괄타결 지으면 더 좋을 것이다. 일단 그런 일들에 합의한다면 양국 내 여론이 좋아지면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도 촉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사설] 한·일 , 대화 모멘텀 살리려는 노력 바짝 기울이길
입력 2020-10-2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