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엿새 동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사례가 최소 8명 발생했다. 발생 지역도 다양하고 백신의 종류, 연령, 기저질환 유무도 제각각이었다. 사망자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독감 백신 접종 말고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백신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1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독감 백신과 관련한 사망 사례가 8명 발생해 6명에 대해 역학조사 및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질병청은 의대 교수 6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를 열고 당시까지 발생한 사망자 6명에 대해 논의했다. 피해조사반은 “사망과 예방접종 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현재로선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백신 자체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망자들과) 동일 백신을 접종한 많은 사람이 괜찮다는 걸 봐서는 백신이 어떠한 독성물질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독감 백신이) 하나의 제조번호인 것으로 사망한 것이라면 백신 문제를 우려해야 하고 한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다면 백신 보관 등의 문제를 의심해야 하는데 공통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들은 과거에도 독신 백감을 맞은 이력이 있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짧게는 2시간30분에서 길게는 3일 반나절 이상(85시간)까지 다양했다.
다만 대부분의 사망자가 60세 이상 고령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의 경우 면역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백신을 맞으면 이상 반응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망자들은 고혈압, 당뇨 등을 앓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사망 사례 중 1건은 아나필락시스 쇼크(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사망자 중 최소 2명은 기저6 질환이 없었고, 10대와 50대도 포함돼 연령의 문제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방역 당국은 올해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상온 노출, 백색입자 등 논란으로 3주가량 미뤄지면서 많은 접종자들이 단시간에 몰린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 70세 이상 노인의 접종이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300만명이 백신을 맞았다. 정은경 청장은 “초기에 (접종자가) 집중돼서 사망 신고 건수가 늘었다고 본다”며 “어르신 접종량이 늘면서 안전한 예방접종이 이뤄졌는지도 봐야 한다”고 전했다.
독감 백신과 관련한 중증의 이상반응 사례는 매년 있었지만 올해는 평년과 비교해 월등히 많았다. 독감 백신과 관련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망 사례는 2017년 2명, 2018년 2명, 2019년 2명 정도였다. 다만 이는 모두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방역 당국은 사망자 역학조사, 부검과 함께 사망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사망자들과 같은 백신을 맞은 50만여명에 대해서는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까지 7건의 경미한 이상반응이 보고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