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관련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대검찰청이 국민을 ‘기망’했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서는 성찰과 사과를 요구했다. 자신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검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 개혁’에 단 한 번이라도 진심이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런 기대와 믿음이 무너져 참으로 실망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 장관은 검찰이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구속한 이후 66회나 불러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여권 정치인 관련 의혹을 털어놓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여권 정치인에 대한 피의사실은 언론에 흘리면서 야권 정치인과 현직 검사 관련 의혹은 법무부와 대검 반부패부 등에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부당한 수사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한 순간에도 수용자를 이용해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며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들을 국민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맹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망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을 향해서는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지난 18일 현직 검사 등을 접대했다고 폭로한 김 전 회장을 조사한 뒤 “총장이 검사,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에 소극적으로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발표하자 대검이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추 장관이 ‘말폭탄’을 쏟아낸 것은 ‘라임 수사’에 대한 검찰의 문제점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관련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를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추 장관이 대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서울고검 국감을 앞두고 윤 총장의 수사지휘 문제를 지적했고, 또 오늘은 대검 국감을 앞두고 검찰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다”고 했다.
대검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감을 하루 앞둔 시점에 입장을 내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미 반박한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검은 이미 야권 정치인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윤 총장도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었다.
법조계의 관심은 22일 열리는 대검 국감에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이 작심발언을 쏟아낼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언급을 자제할지 주목된다. 국감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는 ‘우리가 윤석열이다’ ‘윤석열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추미애 국민의 눈·귀·입이 무섭지 않은가’ 등 추 장관을 비판하거나 윤 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 60여개가 놓여 있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