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 유창해져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할 일은…

입력 2020-10-23 03:07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불신자다. 신앙생활을 아주 오래 한 신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우 자주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죽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죄를 짓고 회개했는데도 무한정 자책하는 건, 예수가 죄인을 위해 죽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 모든 일은 우리가 복음에 유창하지 않기에 벌어진다. 복음을 믿지만, 믿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우리가 지닌 죄성은 모국어와 같은 존재다. 입술이나 삶의 행실로 죄를 말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복음을 말하고 살아가는 데는 너무나 어색하다. 사역자 역시 종종 그렇다. 이렇게 되면 교회에서도 복음과 하나님에 대한 나눔보다는 세속적 관심사에 대한 나눔이 더 많아질 것이다. 복음적으로 서로를 대하고 이해하기보단, 서로의 조건과 성취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문화가 서서히 형성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삶에서 서로에게, 자신에게 지속해 복음을 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특히 책 66~68쪽에서 저자는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목회하는 교회의 사역팀과 함께 잠시 일한 인턴은 다음의 소감을 밝힌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예수님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놀라웠어요. 물론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인이고 예수님이 중심이란 걸 압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분들은 하나같이 예수님 이야기만 했어요. 매일, 회의 때마다, 모든 상황마다 늘 예수님 이야기만 했어요.”

교회 안에서 일하는데 당연한 현상 아닌가 싶지만, 실상 교회에서 나누는 일상 대화에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는 비교적 드문 편이다. 교회 내에서도 정치나 연예인, 사회와 문화, 음식과 옷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도 자녀 진로나 가족의 안위, 삶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데 그친다. 더 거룩한 주제라고 해봤자 사역에 관한 이야기다. 이 모든 것의 주인인 예수님과 그분이 한 일에 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 제프 밴더스텔트는 닥사 교회(Doxa Church) 목사다. 팀 켈러 리디머장로교회 설립목사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는 복음이 어떻게 삶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를 깊이 연구했다. 책에서 그는 어떻게 하면 복음이 넘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는지와 개인·공동체적으로 복음을 적용하는 법 등을 쉽게 제시한다. 이러한 연구는 매우 희귀한 편이라, 그 희소성 때문이라도 책을 깊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 공동체 문화를 복음적으로 바꿔가고 싶은 성도나 사역자가 읽으면 좋을 것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66~68쪽을 꼭 읽길 권한다. 그러면 책 전체를 읽고 싶어질 것이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