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온 금태섭 전 의원이 결국 당을 떠났다. 금 전 의원은 양호한 의정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의 당내 경선에서 져 공천받지 못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투표에서 당론과 다르게 기권했다는 이유로 징계받는 등 ‘고초’를 겪어왔다. 금 전 의원 이탈의 의미가 가볍지 않은 것은 그가 거대 의석을 무기로 질주하는 민주당에서 그나마 합리적이면서도 양식 있는 쓴소리를 해 온 몇 안 되는 내부자였기 때문이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친문(친문재인) 특유의 강력한 결속력과 공격성이 두려워서 자신의 소신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더라도 순응하거나 침묵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금 전 의원은 달랐다. 그가 결정적으로 친문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은 조국 사태 때 조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가 “(조 전 장관의 이중 기준이) 공정함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법무장관으로서 큰 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그의 SNS에 수천 건의 비판 댓글을 달았다. 그는 당 지도부가 감싸고 도는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비판했고, “문 대통령을 문재앙이라고 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그가 이날 당을 떠나며 올린 글을 당파성이 있다는 등으로 깎아내릴 게 아니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이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국민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과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했다.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예상대로 친문들은 금 전 의원 이탈에 또 험악한 비난 댓글을 쏟아냈고 일부 같은 당 의원들도 그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정당의 생명은 일사불란과 복종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에서 활발한 토론과 의사소통이 없다면 그것은 전체주의 정당이다. 정당 내부에 민주주의가 없는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번성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 전 의원의 탈당이 드러낸 것은 국가 운명을 좌지우지할 공룡이 된 민주당의 편협성과 폐쇄성이다.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소수의 목소리도 허용하지 않는 이런 조직 문화에서 제대로 된 정당이 나올 수 없다.
[사설] ‘쓴소리 금태섭’ 포용 못한 여당, 민주 정당 자격 있나
입력 2020-10-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