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성별 정체성’ 혼란 불보 듯… 징병제 훼손·역차별 가능성

입력 2020-10-23 03:02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해당 법을 제정하면 건전한 윤리의식을 가진 국민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역차별을 당하는 등 더욱 불평등한 사회가 초래될 뿐이라고 우려한다. 법정의 의사봉과 달러 지폐로 해당 내용을 이미지화한 영상. 유튜브 ‘복음한국TV’ 캡처

국회에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포괄적 영역에서 사람을 차별하지 말자는 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에는 다른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포괄적인 일반법 제정으로는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을 해소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실천적 헌법 가치와 평등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헌법을 근거로 성별, 장애, 고용, 나이, 인종, 직장내 괴롭힘, 종교 등 거의 모든 핵심 영역에서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두고 있다. 우리처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다양하게 규정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나라도 흔하지 않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는 다른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그 출발 자체가 잘못됐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처음부터 해당 영역의 차별 구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지, 다른 영역의 차별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에 어떤 한계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해당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개정하거나 수정, 보완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는 모든 차별을 구제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일반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국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설치, 운영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9년간 상담·접수된 사건을 차별사유별로 정리한 표를 근거로 제시했다. 필자가 인권위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니 해당 자료에는 정의당과 인권위 등에서 그토록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나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전체의 0.2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포괄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만 하면 현존하는 차별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장애나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은 실상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구체적이고 개별적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인 법 제정만으로는 실효적 대응을 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현존하는 차별 문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수정·보완하는 게 현실성 있는 구제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정의당과 인권위 등은 이런 현실적인 목소리는 애써 외면한 채, 마치 포괄적 차별금지법만 제정하면 이 땅에서 모든 차별이 사라지고 평등인권이 실현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만의 특별한 상황과 역사, 문화가 있다. 유럽 등에서 차별금지법을 도입했으니 우리도 따라야 한다거나 그렇게 해야 우리도 ‘인권 국가’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권위 통계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는 성별 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실제적 차별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생물학적 기준이 아닌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성별 정체성’ 규정은 병역법상 징병제에 의한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공정성 문제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 부분 역시,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기준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기존의 주민등록제가 폐지될 수밖에 없어 국가의 공적 신분제도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화장실도 ‘제3의 성’을 위한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스포츠와 문화 영역에서는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에는 수많은 법적 문제점들이 있다.

그런데도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이나 인권위 등은 이런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선 언급조차 회피하고 있다. 마치 차별금지법 반대가 일부 종교분파의 종교편향주의에 빠진 반인권적 태도인 것처럼 비난한다. 그러나 동성결혼과 동성애 합법화의 문제, 징병제도 훼손, 주민등록제도 폐지 문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성별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교육을 강제하는 문제 등은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점들이다. 국민에게 이런 문제들을 솔직하게 알리고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현행법체계에서 심각하고 부정적인 문제점과 위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국민적 합의 수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 영역과 차별 사유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법률에서 가장 실효적인 차별 구제가 가능한 개별적 차별금지법 규율 방식이 더 타당하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의미를 지닌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리’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용근 변호사(법무법인 엘플러스 대표변호사·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