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여성 10만명 이상의 누드 사진을 제작해온 텔레그램 대화방이 적발됐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민간 정보업체 센시티는 AI 기술을 통해 사진 속 여성을 나체로 만들어주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 텔레그램 대화방은 사람들이 여성의 사진을 전달하면 ‘딥페이크봇’이 옷을 삭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딥페이크’란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를 AI 기술을 이용해 다른 인물과 합성한 편집물을 말한다.
보고서는 이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약 10만4852명의 여성 사진이 합성된 것으로 확인했다. 합성된 일부 사진에는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화방은 사진을 받으면 몇 분 안에 합성을 했고, 비용도 청구하지 않았다. 이 서비스는 특히 러시아 SNS 사이트인 VK에서 많이 광고됐으며, 이용자 대다수가 러시아 등 구소련 국가 출신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다만 BBC는 “몇몇 여성의 동의를 얻어 그들의 사진을 대화방에 전달하고 서비스를 요구한 결과 그다지 정확하고 사실적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화방 운영자는 BBC에 “오락물일 뿐이며 폭력 행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지오 파트리니 센시티 대표는 “사진이 노출된 SNS 계정만 있다면 충분히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텔레그램 측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BBC는 덧붙였다.
BBC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전했다. 딥페이크 문제를 추적해온 작가 니나 식은 “딥페이크 제작자는 전 세계에 퍼져 있고, 콘텐츠가 더 정교해지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딥페이크로 만든 포르노 동영상은 6개월마다 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도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포르노 피해자들의 인생은 모욕감으로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