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부동산 문제에 정치적 접근 정부여당… 자승자박 자초

입력 2020-10-22 04:06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월 지시했던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지시가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총리 권고가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뒤 각 부처에 추가 답변을 요구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4명 중 1명 처분)만 추가 답변을 제출했을 뿐이다.

사실 정 총리의 지시는 이행되지 않을 것이 뻔했다. 관보에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1급 공직자를 뺀 2급 공직자는 애초에 재산 공개 대상자가 아니다. 아무리 총리라고 해도 이들의 다주택 보유 여부를 확인하거나 처분을 강제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국감에서 “사생활과 사유재산 측면이 있다”고 답변하며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

현 정권의 문제는 부동산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 관련 국민 여론이 계속 나빠지니, 강한 메시지를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민심을 달래려 해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다주택 현황 전수조사에 나서더니 다주택 처분 상황을 향후 공천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정 총리 지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안정에 어떤 실효성이 있을지, 과연 계획대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정도를 지나친 메시지는 자승자박이 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과 홍남기 부총리 등 고위 공직자의 지극히 사적인 주택 매각 소식과 부동산 거래 관련 뉴스 하나하나가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일련의 ‘웃픈’ 상황도 현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세종=신재희 경제부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