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현시점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면담 중 “앞으로 삼성이 베트남에서 반도체 생산공장을 투자해 전기·전자 공급 체인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베트남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응우옌 총리는 이 부회장과 2018년 10월,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만났다. 그는 매번 반도체 생산공장 등 투자 확대를 이 부회장에게 요청해 왔다.
이 부회장이 어떤 답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삼성은 제조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에도 투자해 왔고,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베트남 기업들과 협력해 왔다”면서 “호찌민 법인을 방문해 사업 현황과 함께 투자 확대 필요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베트남에 스마트폰·가전제품·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국내, 중국, 미국에서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현 단계에서 반도체 관련 시설을 추가로 검토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인접국에 반도체 시장이 형성돼 있는 상태도 아니고 반도체 전문인력이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베트남은 중국처럼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인력이 있는 곳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추가 입지를 고민할 상황은 아니다. 운영 중인 공장으로 현재 수요를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시안에 공장을 추가 건설 중이고 국내에서는 289만㎡ 규모의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고급 반도체 인력이 많고 기반시설이 충분한 현 생산거점을 벗어날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외에도 여러 나라가 회사 측에 투자 요청을 한다”며 “매번 나오는 요청이고 우리가 따로 입장을 밝힐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변동이 생길 경우 베트남에 투자할 가능성은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해 만에 하나 중국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거나 지금은 아주 먼 얘기 같지만 아시아 수요 폭발로 동남아 생산기지가 필요한 때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베트남 산업 선진화를 염두에 둔 응우옌 총리가 ‘입도선매’ 차원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를 계속 언급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