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감 백신 공포… 정부는 인과관계 신속 규명하라

입력 2020-10-22 04:02
이쯤 되면 ‘독감 백신 포비아(공포증)’다. 엿새 동안 전국적으로 9명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후 갑자기 사망했다. 시작은 지난 16일 비염 빼고는 건강했던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었다. 그는 독감 백신 무료접종 뒤 이틀 만에 숨졌다. 이후 전북 고창의 78세 여성, 대전 82세 남성, 제주 68세 남성, 대구 78세 남성 등 총 9명이 숨졌다. 이들은 지난 19일 시작된 국가 독감 무료접종 대상자들로 접종 후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사망했다.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 종류는 제각각이다.

이들의 사망과 독감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독감 백신에 이상 반응 신고도 20일 기준 431건이다.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 우려 때문에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잇따른 사망 소식에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백신 접종을 미루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신속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이다. 독감 백신과 사망의 연관성 확인이다. 정부는 숨진 고교생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아 사인은 미상”이라고 밝혔다. 명확한 결론은 약 1주일 후 2차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사망 사례에 대해서도 정밀 부검을 진행 중인데 결과는 다음 주초에나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더 서둘러야 한다. 이미 독감 백신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48만명분의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벗어나 회수됐고, 61만5000명분의 백신에선 흰색 침전물이 발견돼 접종이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 사망 사건까지 잇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백신을 접종했을 때 사망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유통이나 보관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사망자들의 사인을 규명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백신 자체나 유통과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 백신 접종이 직접 사인이 아니라면 이 또한 신속히 밝혀 국민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줘야 할 것이다.